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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

by bravoey 2011. 1. 11.

마음이 멍하던 어느 일요일, 아주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냥 내가 극장에 가고 싶던 그 날, 이 영화가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툭툭 치고 가는 단어들 때문에, 혈액을 타고 흐르는 재즈의 선율 덕분에 행복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우리나라 재즈 1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재즈작곡가인 이판근 선생을 비롯해 김수열(섹소폰), 류복성(드럼/퍼커션), 강대관(트럼펫), 박성연(보컬), 이동기(클라리넷), 조상국(드럼) 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함께 등장하는 그들의 연주,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영화도입에 나즈막히 울려퍼지는 목소리, 음악이 바로 인생이었다는 고백은 충분히 압도적이다.
영화 내내 시선을 잡아끈 사람은 바로 류복성 선생. 그 분은 정말, 자유로운 영혼의 표본이다. 개구장이의 미소를 간직한 채, 퍼커션을 두드리는 모습은 인생을 재즈로 받아들인 자의 몰입이었다. 다음은 이판근 선생. 곧 허물어질 건물에서 재즈의 역사를 지켜나가고 있었고, 한국의 재즈를 고민하고 있는 노익장의 모습은 나를 긴장시켰다. 나를 긴장시킨 것은 바로 그 몰입한 인생, 하얀머리와 주름진 얼굴로 몰입하는 그 열정의 얼굴들이었다. 박성연 선생이 또 나즈막히 말한다. 삶을 지탱해온 열정을 잊지 말자고, 하지만 외로움은 가져가지 말자고.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열정도 없이 외로움만 키우는 내 삶이 서글퍼서였을까. 아니면 부끄러움일까.
선물처럼 들리는 후배들과의 공연, 그 중에 <류복성의 수사반장>은 내 귀를 사로잡았다. <moonblow>도 기가 막힌다. 음과 음 사이의 짧은 정적, 그 사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신관웅 선생의 피아노는 정확하게 보여준다.
자주 듣던 쳇 베이커나 존 콜트레인, 빌리 할리데이보다 더 땡기는, 살아있는 재즈의 다른 역사인 그들.
내 몸에 재즈가 흐르면, 영혼이 자유로와진다. 그것이 믿어진다. 바로 그들 덕분이다. 1월 28일, 그들이 공연을 한다. 꼭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