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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누들(noodle)

by bravoey 2011. 4. 6.

 

 곰팡내 풀풀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본 영화. 누들의 귀여운 표정을 보았으니, 이 영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손짓, 발짓, 표정 하나하나 귀여운 그 꼬마를 두고 간 가정부 덕분에 사랑을 잃고 살아온 한 여자의 삶이 빵을 만드는 누룩처럼 몽글몽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시간만 아이를 봐달라는 중국인 가정부가 강제 출국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리.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는 테이블에 놓인 누들을 후루룩후루룩 감쪽같이 해치워 ‘누들’이란 애칭이 생기고, 가족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미리는 누들을 엄마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아이를 여행가방에 넣어 베이징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미리의 언니는 자신의 사랑을 용기있게 찾아가고, 미리 또한 사랑을 잃은 아픔을 다른 방식으로 치유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두려워하지 않을거야.

이 영화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말은, 누들을 가방에 넣어 가는 비행기 안에서 미리와 길라가 나눈 이야기였다. 길라가 여행작가인 마티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형부를 두고 어떡할거냐는 미리의 말에 그녀는 불안한 눈빛을 보인다. 사랑에 실패한 눈빛. 미리는 앞으로 어떡할거냐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언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두려워하지 않을거라고. 두려워하다가 이지(형부)도 잃고, 마티마저 떠나보냈다고. 무엇을 선택하든지 두려워하지 않을거라고. 그녀는 마티를 사랑하기로 선택한다. 두려움없이. 그것을 보는 미리의 마음은 어땠을까?
 미리의 아픔을 이해한 것은 형부인 이지도, 언니인 길라도 아니었다. 아픔을 이해한다고 할 때, 자신의 아픔을 들이대며 그것이 치유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아픔의 약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인한 아픔이라 할지라도 그 약은 사랑이다. 명확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바라고, 사랑을 하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