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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자들/촌철살인칼럼

시민사회와 군대사회의 충돌, 이제 정치는 없다

by bravoey 2006. 5. 17.
시민사회와 군대사회의 충돌, 이제 정치는 없다

우석훈





시민사회(civil society)라는 표현이 우리 말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번역되는 말은 아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이 말을 ‘민간인’이라고 번역한 적이 있기도 하지만 시민운동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체적으로 시민사회라고 표현하기는 하는데, 정확하게 뉘앙스를 살리기가 쉽지는 않다. 시민사회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군대사회 혹은 군계통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어쨌든 military society를 번역한 말이다. 민간인과 군대의 충돌이라면 너무 우악스럽고, 시민권과 군부 사이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나오는 일들을 일컫는다.

시민사회와 군부의 갈등에 관한 첫 번째 사례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라파이에트와 최초의 파리 시장이었던 당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혁명 후 시민들은 당똥을 중심으로 그리고 왕족의 군대는 젊은 장교 라파이에트가 지휘하게 되었는데, 후에 라파이에트가 배신을 하면서 프러시아 군대와 시민군이 직접 맞붙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프랑스의 국가인 ‘라 마르세이유’가 바로 이 때 시민군이 불렀던 노래이다. 시민사회와 군부가 가장 상징적으로 충돌한 사건이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 군인 한 명 한 명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근대화의 과정에서 군대사회가 가지고 있던 자신들의 판단과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한 간첩으로 지명된 젊은 장교 사건에서 폭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