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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by bravoey 2015. 8. 16.



딱 1년 쉬었는데도 잘 모르는게 많아져 제대로 할 수 없는 말들, 일들 

애를 낳으며 뇌도 함께 낳아버린 듯 감 못 잡던 업무들, 꾹꾹 담아둔 마음들 모두

뭔가 차곡하게 쌓여있다가 홍수처럼

뻥하고 터져버린 지난 주였다.


복잡한 머리를 안고 돌아와, 아이와 실랑이하다 울컥해서,

정말 내가 이제 일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래야 하는데, 주변에서 다들 내가 뭔가 하고 있긴 해서 일부러 얘기 안 해주는 것 같았다.


겁도 많아졌고, 전처럼 패기있게 일을 밀고 나가지도 못하고, 젊지도 않고 시간도 적다.

운동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후배들을 잘 받쳐주기도 해야하고,

나 스스로도 학습과 숙련된 생각들이 필요한데,

나는 한참 저 멀리서, 심지어 알던 것도 어버버하는 바보가 되어있는 것 같다.

내 아이에게는 성질만 내는 엄마가 되고 있다.


가장 무겁고 두려운 마음은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동료들과 지역사람들, 심지어 내 아이에게까지도.

답답한 마음이 가라앉고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아직도 이 나이가 되도록 나 자신을 컨트롤 할 줄 모르나 

나는 이 연차가 되도록 뭘 제대로 해냈던가

생각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턱까지 차 올랐으면서도, 

수습은 해야겠기에 했던 동료, 지역분들과 어렵게 했던 통화에서

사실은 많은 위로를 받았다.

오히려 이해한다는 말, 애 키우며 하는 당신도 더 힘들테니 걱정말라는 말,

무르지 않게, 본인의 위치답게 운동해야 한다는 말을 곱씹어보며

무거웠던 마음의 한 덩이를 툭툭 털어냈다.


어딘가로 막 힘들게 올라가 뭔가 야호를 외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야호 외쳐봐야 1년동안 한 언덕 간신히 올라갈 뿐인데.

길은 다시 다른 언덕으로 이어지는데...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며,

더 긴 호흡으로, 일희일비 하지 않고,

뜨거운 8월을 잘 지내보자.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을 묵묵히 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