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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by bravoey 2018. 1. 28.


첫문장에 대한 압박을 해소시켜주는, 예비역 선배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를 듣는 듯 아주 알쓸신잡이었다. 읽고 나면 뭐라도 써보게 되는데 그 마음을 유지시킬 정도로 임팩트가 세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문창과라, 애 엄마여서 그런거겠지. 글쓰기에 대한 추억에 젖어 졸업작품도 들춰보게 되고, 지난 글들을 둘러보게도 되었다. 창작의 도구들은 아주 신선한 도입이었다. 작가의 장비가 그렇게 다채로울 줄이야! 원고지와 연필이면 된다던 김훈 아저씨보다 더 와 닿는 김중혁 작가님.

사실 학교 다니면서 쓰는 방법에 대해 다양하게 알기보다는 어떻게 쓰는지, 무엇을 써야하는지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던 것 같다. 나 스스로 할 수 있던 것은 다양한 작가들을 찾아 읽거나 숙제 작가(?)를 흉내내 보는 일이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런 글쓰기만으로는 승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많이 깨닫는다. 작가도 발품과 다양한 관심, 무서운 집중력이 필요하며 잘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글쓰기에 매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 내가 하는 노력이란 정말 새발의 피라는 것도 말이다. 잘 쓰는 것보다 사실은 길고 끈질기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 인내. 이 책에서도 말한다. 시작과 마무리. 몰두하는 글쓰기란 바로 하나의 지점을 향해 삶의 온 힘이 그곳을 달리는 일 아닐까.

기름진 속독가가 되지 않기를 늘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써보는거다 이것저것. 나는 뭐라도 쓰고 싶지만 쓰는 일에 온 힘을 다하지는 못한다. 그런 날이 언젠가 오길 바랄 뿐. 이 가슴에 그런 불이 타오르기를. 그렇지 않다고 해도 글쓰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