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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SF, 판타지

사장을 죽이고 싶나

by bravoey 2018.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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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의 요소를 가미한 추리소설. 중국소설 특유의 재미가 있다. 전에 읽었던 류전윈 <핸드폰>과 같은 특유의 풍자와 위트가 있다. 욕심많은 세대를 꼬집는 듯한 젊은이의 가난한 위트라고나 할까?

런던 극장가에서 간신히 밥벌이나 하며 실의에 빠져있던 연극배우 위바이통에게 어느 날 갑자기 바나금융의 사장 양안옌이 찾아와 그를 금융계의 신예 엘리트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흥분되고 불안한 마음을 품고 88층 바나금융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둑한 금액의 연봉계약서가 아니라 바닥에 누워 숨이 끊긴 사장의 시체!

이야기를 풀어가는 속도나 재미가 있어 술술 읽힌다. 추리소설 넘기는 맛이 있다. 섹션마다 양얀엔 씨의 어록이 제시되는 건 왜일까 생각했는데, 뒤에 양얀엔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 또한 반전을 더 세게 다가오게 하는 작가의 장치가 아니었나 생각했다.

금융인을 연기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처량한 건, 양안엔 이라는 인간의 욕망에 휘둘린 처절한 젊음들이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였다. 꿈을 위해 달리기에 가혹한 현실, 그 현실을 벗어나고자 또 다른 연기를 해야하는 처절함. 욕심많은 세대들이 젊은이들을 자본의 노예로, 노동의 노예로 만들어가는 작금의 현실이 투영되 더 쓰리다.

위바이통이나 양안옌이나 사실 다른 인물은 아니다. 둘 다 비슷한 욕망을 가진 인간들. 더 나아지고 싶어서 괴물이 되어버린 위바이통은 자기의 현실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소설의 결론이야 그리 밝지 않지만.

여름 더위를 씻어주는 재미가 있는데 추리소설은 너무 우울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