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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어른이 그림책

카시탄카

by bravoey 2018. 8. 7.


안톤 체홉의 그림책. 길 잃은 개 카시탄카가 서커스에 출연하는 한 남자에게 도움을 받아 그 집에 가서 훈련받으며 다른 동물의 죽음을 겪기도 한다. 서커스 공연장에서 주인을 찾아 돌아갔다는 이야기이다.

카시탄카는 원래 살던 주인집에서 욕설과 괴롭힘을 당하지만 있던 그 자리를 그리워하며 새 주인이 주는 먹이와 새로운 친구들에게 적응해간다. 목수의 집에서 커오던 개라 나무냄새를 그리워하는 반면 새 주인이 주는 맛있는 먹이와 안락함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뭐든 좋은 일에는 대가가 있는지, 서커스 훈련을 하게 되고 훈련 중 거위인 이반이 죽는 것을 보게 된다. 자기 앞날의 암시라고 생각한 것일까, 원래 주인을 보자마자 부리나케 돌아가는 카시탄카를 보면 '괴로움은 반복될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돌아가 목수인 주인에게 욕 먹고 아들에게 괴롭힘 당하겠지만, 원래 있던 그 자리가 카시탄카에게는 가장 '익숙한' 자리이기에 '편한' 장소인 듯 하다. 사람도 그런 면이 있다. 새로운 것을 주저하고 익숙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 그 곳이 그닥 좋은 곳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새로운 주인과 새로운 공간 또한 적응해야 한다는 '괴로움'이 따르기에, 그것보다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어느 평에서는 카시탄카가 예전 주인을 그리워해 꿈꾸듯 그를 찾는다는 둥 써있는데, 내가 보기엔 카시탄카의 행위에 너무 의미를 두려했던 것 같다. 오히려 작가는 익숙함 때문에 좋고 나쁨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어떤 현상을 지적하려 하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운 것을 향하는 괴로움, 그에 대한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의 어떤 습성을 꼬집는.

날카롭게 꼬집힌 느낌 덕분에 다시 열어보거나 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상이 실제로 이렇지 않아?'하는 작가의 물음이 씁쓸하게 동의된다. 크흑. 나를 둘러싼 세상은 날마다 새롭고 괴로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