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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아름다운 지구인

빼앗긴 새만금에도 봄은 온다

by bravoey 2006. 4. 5.

빼앗긴 새만금에도 봄은 온다

3월 19일, 새만금 자락에서 큰 함성소리가 하늘을 쳤다.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수 많은 깃발들이 새만금 자락에 세워졌다. 하지만 그 함성소리는 모인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늘 울려퍼지고 있었을, 새만금의 뭇생명들의 함성소리였다. 사람은 늘 자기 기준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듣지 못했기에 갯벌을 죽은 땅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에서 온 새만금을 사랑하는 사람들▲


집회 장소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새만금 갯벌의 모습.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은 그 자체만으로 놀라움이었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그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짙은 속살에서 나는 생명의 향기가 분명히 코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갯벌을 막고 있는 거대한 돌무더기들도 보였다. 돌무더기들은 갯벌을 따라 선을 그어놓고 있었다. 인간들처럼 선 긋기 좋아하는 족속들도 없을 것이다. 선을 긋고, 스스로 주인이 된다. 처음부터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던 것들에 대해 선을 그으면 자기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밴드 실버라이닝의 공연으로 집회는 시작되었다. 새만금을 위해 앞에서 뛰는 사람들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응원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그 앞에 나온 것은, 새만금에 터를 잡고 살던 어민들이었다. 살아갈 길이 막막하게 만든 갯벌공사를, 눈물로 이야기하는 그들 앞에서 사람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그 눈물은, 새만금의 생명들이 흘리는 눈물이었다.

새만금은 처음부터 인간의 소유가 아니었다. 새만금은 새만금에 살고 있는 생명들의 것이다. 인간은 그들에게서 새만금을 빼앗은 것이다. 새만금의 생명들은 그들의 터를 빼앗기고, 슬퍼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이어지는 새만금 방조제▲


새만금은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일대의 갯벌로 1991년부터 간척사업이 시작되었다. 개발면적은 40,100ha로 여의도의 140배 규모이다. 이 곳의 28,300ha는 토지로 조성되고 11,800ha는 담수호로 조성이 될 예정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1996년 시화호 오염문제로 본격화 되었고, 이후 민관공동조사를 거치는 등 약 10여년 간의 진통 끝에 대법원이 4년 7개월을 끌어 온 새만금 소송에서 전부 주민 3천여명과 환경단체가 낸 새만금 간척사업 계획 취고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하여 농림부와 전라북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이 경제성이 없고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인정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반면 대체 농지의 필요성, 쌀 수입 개방등으로 인한 식량 위기 등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새만금 간척 사업을 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관 중 김영란, 박시환 판사는 원심을 파기하는 반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후손에게 남겨주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전제한 뒤 “당초 농지로 조성하려고 했던 사업 목적을 변경하려고 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농지 목적으로 간척사업을 진행하다’고 주장해온 농림부 등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안타깝게 갯벌을 바라보는 정복희 회원▲


새만금 갯벌을 결국 사라지게 만들 결정적인 대법원 판결로 인해 물막이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판결 이후 전북도에서는 새만금 간척지에 골프장 등 레저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말이 나왔고,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의 삼보일배설을 언론에 퍼트리는 등 환경단체에 대한 여론조작까지 하고 있다.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해양생태계는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서해안 일대의 갯벌매립으로 패류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백합류와 가무락은 계통판매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서식처가 간석지가 아닌 해수에 잠겨있는 조하대인 피조개를 제외하고는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미끼생물류에서 한때 상당한 수출량을 보였던 갯지렁이 등은 100% 소멸될 것이라고 보여진다. 단순히 전북지역 수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서해안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SOS 새만금▲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전라북도 지역의 갯벌은 90%이상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과연 농지로 사용될지 의문이지만, 농지로 쓰일 때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갯벌이 지니고 있다. 갯벌의 수산물 생산과 생물들의 서식지, 오염정화, 재해방지, 레크레이션 등의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제 물이 들어오고 나갈 공간이 2.7㎞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갯벌에 물은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다. 집회가 끝날 때 쯤에는 바로 코 앞까지 물이 차 있었다. 그들은 아직 살아있다.

지금은 잠시 빼앗겼을 뿐, 새만금에 봄은 올 것이다. 새만금 뭇생명들은 빼앗긴 자신들의 터를 반드시 찾으려고 할 것이고, 온 생명들이 힘을 합쳐 인간이 쌓아올린 헛된 바벨탑을 무너뜨릴 것이다.
인간은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뭇생명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당신들은 내일 당신들의 생명이 어떻게 될는지 알지 못합니다. 당신들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안개에 지나지 않습니다(성경 야고보서 4장 14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