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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연재기사

실험용 쥐가 본 ‘실험동물 보호법’

by bravoey 2007. 11. 30.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자신의 근원에 대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자신의 힘으로 자아를 밝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에(라고 해봐야 인간의 수명에는 턱도 없이 모자라지만) 포기했다. 하지만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자료가 있기 때문에 나는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나는 쥐다. 하수구를 기어 다니거나 음식점의 쓰레기통을 뒤지지는 않는다. 대신 하얀 옷을 입은 인간들이 시시때때로 내 용태를 관찰해 준다. 내 건강의 변화를 점검하고 특이한 사항을 발견하면 기뻐서 펄쩍 뛰거나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즉, 나는 실험용 쥐다. 그 중에서도 유전자 변형을 통해 지능을 향상시키는 실험군(群)에 있다. 약 4백의 쥐가 나와 같은 실험군에 들어 있다.

한 가지 비밀을 알려 주겠다. 나는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글을 읽을 수 있다. 우리 실험군 중 유일하다. 이 실험실의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나는 그 사실을 아주 은밀하게 숨긴 채 오랫동안 이곳을 관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