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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아름다운 지구인

철새, 시간의 흐름을 알리다

by bravoey 2008. 11. 26.
 
 
아침에 허겁지겁 일어나 밖으로 나서면 찬 공기 속에서 겨울의 느낌이 조금씩 전해진다.
아직은 가을이라고, 이 가을을 더 느껴봐야 한다고 마음 다잡지만 겨울은 시나브로 오고 있다. 시간은 시나브로 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쳇바퀴 돌 듯 뱅글뱅글 도는 시계 속에서, 어느샌가 와버린 점심시간, 퇴근시간에서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리는 것은 무엇보다 자연이 아닐까.

비교적 날씨가 따뜻했던 토요일, 카메라를 들고 탑립돌보를 향했다. 철새들을 보러 자연학교 친구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다들 감기 걸리지 않으려고 두터운 잠바를 입었지만 쉴 새없이 뛰고 장난치는 것을 보니 감기 걸릴 확률은 0%인 것 같다.



▲새 관찰 중

스코프를 펴고 어떤 새가 있나 하나하나 관찰해본다. 친구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모둠별로 특성도 다르다. 어떤 모둠은 스코프로 빨려 들어갈 듯, 눈을 떼지 않고, 어떤 모둠은 왁자지껄 저 새는 어떤거라고 토론을 벌인다. 나는 '그 놈이 그 놈같다'고 애꿎은 스코프 탓을 한다.

새 구별은 정말 힘들다. 나 같이 평소에 '관찰'과는 거리가 먼 사람은 정말 '그 놈이 그 놈'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다 다르다. 우아하게 꼬리가 말린 청둥오리, 소박한 갈색머리 홍머리오리, 비오리의 활기찬 자태까지 그야말로 감동이다. 자연학교 친구들도 관찰일지에 새들의 특징을 자세히 적는다. 어떤 친구는 아주 간단히 '새가 자고있다'고 써놓기도 했다.^^


▲홍머리오리

새들이 이 곳으로 모이기까지 날아온 긴 여정, 그리고 돌아갈 여정은 내가 사는 시간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더 나은 환경, 더 행복한 조건을 향해 열심히 날아가는 새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보면, 철새의 모습은 사람의 모습 일부를 닮아있는 것 같다. 때론 철새가 '정치인'에 빗대어 나쁜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철새가 이 곳에 온 것은 2008년의 마지막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제 철새들이 이 곳을 떠날 때는 2009년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 때 나는 철새들처럼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이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저는 질풍노도의 스물 아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