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왠지 이건 재밌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고른 <보건교사 안은영>은 과연 생각대로 재밌었다. 아놔, 진짜 이런 책 너무 좋다. 에피소드마다 재미있고, 결론도 명랑하다. 퇴마사 안은영과 한문교사이자 안은영의 학교 설립자 아들인 홍인표가 합심해 학교에서 활개치는 악귀들을 쫓아내다 결국 둘이 결혼까지 골인한다는 이야기. 각개의 에피소드는 에피소드의 주인공 이름을 딴 소제목으로 되어있어 재미지다. 특유의 가벼운 유머가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다. 이런 소설을 사실 제일 써보고 싶다. 무거운 거 말고 이렇게 맑고 밝고 가벼운 이야기들. 이야기 속에 사회문제와 교육현실로 살짝살짝 담아내 약간의 무게감을 갖는다. 

가장 와닿는 이야기는 <온건교사 박대흥>이었다. 역사교과서 채택을 해야하는 사립학교 역사선생님으로 열심히 골라서 가져갔더니 대뜸 교장이 편향된 교과서를 채택하라고 으르렁대자 온건한 박대흥 교사가 너무 힘들어한 나머지 악몽을 꾸는 내용이었다. 마음에 드는 지점은 이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인데 박대흥 교사를 괴롭히던 악몽 속 죽은 이들을 안은영의 도움으로 교장실에 몰아넣는 꿈을 꾸고는, 교장이 아프다가 그만두고 박대흥 교사가 채택한 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이야기가 교장과 설전을 벌이며 투쟁하는 것으로 갔으면 얼마나 재미가 없었을까 ㅋㅋ 오히려 이런 설정이 왠지 속이 시원했다. 너무 많은 설명은 오히려 해가 된다, 소설에서도. 우리 현실은 그렇게 악몽을 몰아넣고 해결할 수 없으니 ㅋㅋ 박대흥 교사는 학생들에게 "너희도 내년엔 선거권이 있다"고 말하며 더 이상 온건하지 않게 된다. 지금 이 시대는 온건할 수가 없는 시대이긴 하다.  온건한 박대흥을 바보로 취급하던 교장을 보라. 교장 같은 사람이 정치, 교육, 경제 어디에나 있어서... 온건하면 바보된다.

은영의 친구 김강선이 그런다. 

- 칙칙해지지 마, 무슨 일이 생겨도.

학교에서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으니 떠나라는 말에 안은영이 나쁜 일은 어디서든 생긴다 하니 못내 이런 말을 했다. 피할 수 없는 나쁜 일들은 세상에 끝없이 많다. 그러니, 그래도 야, 그러자. 제발 칙칙해지지 말자, 하고 혼잣말을 해보았다. 뭔 일을 하든 도토리 키 재기인 세상이다. 무슨 일이 생기든 무조건 행복하기 위해 나를 뒤집어보고, 세상을 뒤집어보자. 


내가 캠핑을 가기 싫다고 생각한 것은 금강트래킹 하면서 영동에 갔을 때였다. 빽빽한 텐트 사이로 고기 굽는 냄새가 가득했다. 텐트 간격이 한 발자국도 안되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 들렀는데 고기냄새와 섞여 단번에 이런 캠핑 따윈 평생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욕망이 낭자했다. 그 욕망의 냄새는 결국 삶의 냄새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캠핑을 결심하고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을 사느냐 보다 어딜 가느냐 였다. 캠핑의 목적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요즘의 캠핑은 '과한' 것으로부터의 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토캠핑장은 주로 많은 것을 먹고 마시기에 편한 것이 주요했다. 모여서 먹고 놀기야 오토캠핑장이 최적이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최소한 소비로 자연에 드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휴양림 캠핑을 선택했다. 온수가 안나오고 전기를 못 쓰는 곳으로 선택했다. 물론 그 곳에서도 목적이 '먹고 놀기'라면 나만의 불편함이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마 그런 사람들은 편한 곳을 가겠지.

회문산, 낙안민속, 거제. 이렇게 3곳으로 예약을 마쳤다. 사이트도 검색을 많이 해서 독립적인 공간으로 골랐다. 1주일은 고민한 것 같다. 2살 아이가 있어 주변에서 흙이라도 만지며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으로 골랐다. 순창, 순천, 거제 지역이라 제주로 가는 길과도 맞다.

텐트, 테이블, 의자만 샀다. 무수히 많은 장비들을 보았고, 돈이 참 많이 든다. 주요한 목적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최소한의 물건으로, 자연을 해치지 않도록 일회용품은 쓰지 않고, 자연의 시간을 즐기도록 전기를 쓰지 않고, 많이 먹기보다 많이 걷기를 목적으로.

생태적인 캠핑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기로 한다.

에코캠핑의 첫걸음은 줄이는 일 / 작은것이 아름답다   http://jaga.or.kr/?p=1993

 

아침에 머리도 안 감고 노숙자 행색으로 식빵을 먹던 담땡. 갑자기 자기가 하나님이랑 있을 때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 워녕이랑 나랑 엄마배속에 같이 있었어?

아니, 네가 먼저 있다가 원영이가 나왔지.

그럼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던거야?

(도대체 어디서 줄을 서냐,...)

아니 네가 나오고 4년 후에 원영이가 나왔잖아. 너도 원영이 나오는 거 보고 있었잖아.

나는 어떻게 엄마 배로 들어갔어? 배가 솨악 열렸어?

(순간 배가 진짜로 열리는 상상을 ㅋㅋ)

하나님이 너를 사탕처럼 동그랗게 말아서 엄마 배속에 넣었더니 네가 커져서 엄마 똥꼬로 나왔지.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지만 자기가 아니라면서...

하나님이랑 있었던 기억이 안난다며 하나님이랑 있었다는 건 어떻게 믿을 수 있는거지? ㅋㅋㅋㅋ



난데없이 캠핑을 가자고 신랑과 맘이 통해 텐트를 덜컥 질렀다. 텐트를 사기 위해 눈이 빠져라 검색 또 검색. 결론은 돈 많으면 좋은 거 사면 된다.ㅋㅋ 우리는 돈이 없어서 머리를 굴리고 굴려 적절한 것으로. 32만원에 타프쉘과 원터치텐트까지 득템. 하아... 

산너머산. 이거 하니 또 밥은 어떻게 해먹냐. 버너, 코펠 검색하니 돈돈돈이다. 이러고 제주도는 벌써 50만원 지르심. 제주도 가지 말고 캠핑용품이나 더 살걸 이러고 있다는. 

암튼 검색에 검색을 더한 결과, 부부와 어린아이 조합에는 리빙쉘 타입이 좋긴 하나 가격이 천차만별에 싼 건 그닥 오래 못 쓰겠다 싶어 타프쉘 중 평이 좋고 가격대가 그래도 우리 형편에 맞는 것을 찾아찾아 #레펙스 타프쉘 로 결정! 

예쁜 컬러는 아니지만 컬러는 무슨. 애들에 텐트에 뭔 짓을 할지 훤히 보이는데 무조건 어두운 색으로. 약간 갇혀야 잠을 잘 자는 나의 특성을 고려해 사방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큼지막한 아이로. 레펙스는 무엇보다 가격이 착한 편인 듯 하다. 평도 가성비 좋다로 나오고. 단 여름에 무척 덥다고 하나... 여름엔 안 갈거니까 ㅋㅋ 

돈도 안 버는데 이러고 있자니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지금 이 시간은 다시 안 온다는 생각으로. 이제 어디로 갈지 좀 정해보자. ㅋㅋㅋㅋ

바람이 제법 오롯하게 지나간다.
가을의 바람은 어느 한 시절을 겪어낸 청춘의 마음 같다. 여름의 철없음이 무르익어 오는 것처럼, 뜨거움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회한과 그리움처럼.

청춘의 어느 절기, 30대의 한 시대를 겪고
이제는 청춘이라고 부를만한 그 시대가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 내 속은 풋내나는 배추처럼 여리고 어리석다.
가는 시간의 중력을 견디는 것조차 버거운 그런 시기.
그래도 가을은 언제나 오롯이 나를 맞는다.

이 가을이 가고 다음 가을도 이전 가을도 항상 그랬을 것이다. 나만 늘 속절없다 여기며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여전히. 하품을 하며 무심히 지나가버린 시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지도.

비록 그럴지라도,
가을은 늘 오롯하길.
뒤틀려가는 내 삶을 어느 때라도 부드럽게 타이르며
제자리를 찾도록 그렇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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