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두고 내가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좀 더 사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하는건데."
"빌어먹을. 단 한번도 통장에 충분한 돈을 채워보지 못하고 인생을 마치는구나....."


아니다! 오히려 마지막 날에 내가 생각할 일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리라.

나는 얼마나 많이 사랑하며 한 평생을 살았는가
어떻게 이웃 사랑을 나누며 살았는가
누가 나를 사랑했는가
나는 누구를 소중하게 여겼는가
과연 내 인생은 다른 사람에 견주어 어떻게 특이한 것이었던가
나는 어떻게 세상을 섬기며 살았는가
어떻게 인생을 사랑으로 채우며 살아왔는가
어떤 이가 종군위안부가 ‘상업적 매매춘’(성매매)이었다는 식의 말을 해서 소란이 났다. 어이없는 말이지만 그걸 비난하는 사람들도 그다지 곱게 만은 보이지 않는다. 수요시위 한번 나가본 적 없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조리 죽어 없어지기만 기다리는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에 대한 진지한 분노도 없으면서, 이승연이 위안부 누드를 찍었다는 소식에나 독립운동이라도 벌이듯 난리치는, 사회 문제에 진지한 성찰 없이 감정적 배설만 일삼는 사람들은 말이다. 위안부할머니들이 생각날 때 한번씩 꺼내 노는 장남감인가?

그 논란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상업적 매매춘’ 여성에 대한 경멸도 딱한 것이다. ‘갈보’나 ‘똥치’ 같은 노골적인 경멸과 “요즘 창녀들은 지가 돈 벌고 싶어서 하는 애들이야.” 하는 우회적인 경멸은 질적으로 다른가? 사람들은 여전히 매매춘 문제가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라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하고 싶지 않은 상대와 섹스하지 않고도 비슷한 돈을 벌 수 있다면 세상에 누가 제 존엄을 팔아 살겠는가?

성형 수술을 해서라도 결혼 시장에서 높은 상품 가격을 확보하는 일이 중산층의 상식이 되고, 결혼이라는 게 경제적 능력을 가진 상대에게 장기간의 독점적 성적 서비스(와 가사,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이 된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상업적 매매춘’이니 뭐니 경멸할 수 있는가? ‘상업적 매매춘’에 관한 유일한 진실은, 이미 우리는 모두 ‘상업적 매매춘’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Posted by gyuhang at 01:11AM

  성공한 워드씨가 서울을 방문하셨다.
  그 그림자가 참 짙다.

당신들의 골프장, 우리들의 서원산


3월 15일 아침, 충남 예산군 봉산면 봉림리 노인정 앞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점심상이 소박하게 차려져 있고, 국수를 나르는 주민의 손길이 바쁘다. 밖에서 보면 동네잔치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전쟁을 치르기 전 단단히 준비를 하는 군인의 모습이라면 그럴 것이다. 마치 싸울 준비를 하는 사람들처럼 묵묵하게 오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 먼 뒤편으로 서원산의 모습이 보인다. 서원산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응원이라도 하듯이.

오늘 마을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서원산에 18홀짜리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계획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골프장 건설계획이 있기 전에 봉림리 마을은 대개의 농촌마을이 그러하듯,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봉림리 마을에서 서원산은 마을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림리 마을에 오랫동안 살아온 할머니 한 분은 서원산 계곡에서 가재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재는 1급수의 오염되지 않은 계곡이나 냇가에서만 사는 갑각류이다.) 그리고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칠월칠석이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원산이 중요한 이유는 서원산 계곡수가 마을 주민들의 주요한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세워질 장소는 주민들의 식수원인 서원산 계곡과 얼마 멀지 않은 곳이다. 만약 이곳에 골프장이 세워진다면 주민들은 골프장에서 흘러나온 농약으로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할 판이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격에 되어 계곡에서 바람을 따라, 물줄기를 따라 타고 내려오는 농약 때문에 생기는 환경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결국은 오랫동안 터 잡아온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골프장이 골프를 즐기는 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어진다면, 주민에게 골프장 건설은 생존의 문제를 위협당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봉림리 일대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골프장으로 인해 봉산면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요즘처럼 먹거리, 특히 농산물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때에 골프장이 들어선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누가 먹겠는가? 다들 농사짓지 않겠다고 떠나가는 마당에, 미처 정든 땅을 버리지 못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골프장 건설이다.


예산군은 그동안 골프장 건설 추진으로 물의를 빚어왔다. 2003년 광시면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지역주민들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소송으로 해당부지인 군유림이 지역주민들 소유로 밝혀져, 고등법원에서 승소하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예산군과 군수의 녹지관련 행정이 계속 문제가 된 바 있다.


봉산면 서원산 일대 임야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자는 경남기업이다. 경남기업의 골프장 건립계획은 작년 말 제정되어 고신된 ‘골프장 중점 사전환경성검토 항목 및 방법등에 관한 규정’에 저촉되어 사업추진이 현재 가능하지 않다. 지형 및 경관 항목에서 골프장 사업계획부지 중 경사도 25°이상인 지역의 면적이 30% 이상이 포함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 기준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자인 경남기업은 골프장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추가 토지 매입 및 다른 방법을 찾고 있고 예산군 또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다시 승인할 계획이다.



이런 이유로 서원산 일대의 주민들은 머리에 ‘결사반대’라는 띠를 두르고 군청을 향해 뛰쳐나왔다. 군청 앞에 모여 앉은 주민들은 온 힘을 다해 골프장 건설반대를 외쳤다. 군청 울타리 안에는 관계공무원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생존을 위해 달려온 주민들을 쳐다보고만 있다.

지역주민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함성은 높아져 갔다. 예산군봉산골프장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들은 군청으로 들어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오늘은 마침 국민고충위원회에서 예산지역 순회면담을 하는 날이었다. 공동대책위는 군수와의 면담을 갖고, 주민이 원하지 않는 골프장 건설을 하지 말것을 요구했다. 이에 군수는 주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골프장 건설은 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했다. 이 날 국민고충위원회에서도 이 사안에 관한 면담을 갖고, 주민들의 입장을 들었다.

골프장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군수의 말이 군민에게 한 약속인 만큼 꼭 지켜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질 때까지 봉산면 주민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군청으로 출발하기 전, 나이가 지긋한 주민 한 분이 마을 뒷산의 흰 바위를 가르치시며 저기에 골프장을 짓는다고 했다. 알려준 곳을 직접 찾아가보니, 상수도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봉산면 주민들의 이름으로 하나, 예산군의 이름으로 하나 세워져 있었다. 표지판 위로 올라가는 길이 더 있어 올라보았다. 언덕 위로 올라서자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서원산 계곡물이 한 눈에 보였다. 깊고 평온해 보이는 계곡물 위로 평화로운 바람의 숨소리가 들렸다. 계곡물은 그 존재 자체가 생명이었다.


서원산 계곡물의 생명은 산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주민들의 삶이요, 생명이다. 그렇다면 그 생명의 터 위에 골프장을 짓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과연 골프장을 누가 이용할지 모르지만, 서원산 계곡물의 생명을 알고 있는 '우리'는 분명히 아니다. 누구를 위한 골프장을 짓는 것인가? 누구인지 모를 당신들의 골프장과 우리들의 서원산 중 어떤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인가?

빼앗긴 새만금에도 봄은 온다

3월 19일, 새만금 자락에서 큰 함성소리가 하늘을 쳤다.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수 많은 깃발들이 새만금 자락에 세워졌다. 하지만 그 함성소리는 모인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늘 울려퍼지고 있었을, 새만금의 뭇생명들의 함성소리였다. 사람은 늘 자기 기준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듣지 못했기에 갯벌을 죽은 땅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에서 온 새만금을 사랑하는 사람들▲


집회 장소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새만금 갯벌의 모습.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은 그 자체만으로 놀라움이었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그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짙은 속살에서 나는 생명의 향기가 분명히 코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갯벌을 막고 있는 거대한 돌무더기들도 보였다. 돌무더기들은 갯벌을 따라 선을 그어놓고 있었다. 인간들처럼 선 긋기 좋아하는 족속들도 없을 것이다. 선을 긋고, 스스로 주인이 된다. 처음부터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던 것들에 대해 선을 그으면 자기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밴드 실버라이닝의 공연으로 집회는 시작되었다. 새만금을 위해 앞에서 뛰는 사람들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응원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그 앞에 나온 것은, 새만금에 터를 잡고 살던 어민들이었다. 살아갈 길이 막막하게 만든 갯벌공사를, 눈물로 이야기하는 그들 앞에서 사람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그 눈물은, 새만금의 생명들이 흘리는 눈물이었다.

새만금은 처음부터 인간의 소유가 아니었다. 새만금은 새만금에 살고 있는 생명들의 것이다. 인간은 그들에게서 새만금을 빼앗은 것이다. 새만금의 생명들은 그들의 터를 빼앗기고, 슬퍼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이어지는 새만금 방조제▲


새만금은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일대의 갯벌로 1991년부터 간척사업이 시작되었다. 개발면적은 40,100ha로 여의도의 140배 규모이다. 이 곳의 28,300ha는 토지로 조성되고 11,800ha는 담수호로 조성이 될 예정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1996년 시화호 오염문제로 본격화 되었고, 이후 민관공동조사를 거치는 등 약 10여년 간의 진통 끝에 대법원이 4년 7개월을 끌어 온 새만금 소송에서 전부 주민 3천여명과 환경단체가 낸 새만금 간척사업 계획 취고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하여 농림부와 전라북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이 경제성이 없고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인정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반면 대체 농지의 필요성, 쌀 수입 개방등으로 인한 식량 위기 등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새만금 간척 사업을 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관 중 김영란, 박시환 판사는 원심을 파기하는 반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후손에게 남겨주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전제한 뒤 “당초 농지로 조성하려고 했던 사업 목적을 변경하려고 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농지 목적으로 간척사업을 진행하다’고 주장해온 농림부 등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안타깝게 갯벌을 바라보는 정복희 회원▲


새만금 갯벌을 결국 사라지게 만들 결정적인 대법원 판결로 인해 물막이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판결 이후 전북도에서는 새만금 간척지에 골프장 등 레저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말이 나왔고,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의 삼보일배설을 언론에 퍼트리는 등 환경단체에 대한 여론조작까지 하고 있다.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해양생태계는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서해안 일대의 갯벌매립으로 패류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백합류와 가무락은 계통판매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서식처가 간석지가 아닌 해수에 잠겨있는 조하대인 피조개를 제외하고는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미끼생물류에서 한때 상당한 수출량을 보였던 갯지렁이 등은 100% 소멸될 것이라고 보여진다. 단순히 전북지역 수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서해안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SOS 새만금▲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전라북도 지역의 갯벌은 90%이상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과연 농지로 사용될지 의문이지만, 농지로 쓰일 때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갯벌이 지니고 있다. 갯벌의 수산물 생산과 생물들의 서식지, 오염정화, 재해방지, 레크레이션 등의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제 물이 들어오고 나갈 공간이 2.7㎞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갯벌에 물은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다. 집회가 끝날 때 쯤에는 바로 코 앞까지 물이 차 있었다. 그들은 아직 살아있다.

지금은 잠시 빼앗겼을 뿐, 새만금에 봄은 올 것이다. 새만금 뭇생명들은 빼앗긴 자신들의 터를 반드시 찾으려고 할 것이고, 온 생명들이 힘을 합쳐 인간이 쌓아올린 헛된 바벨탑을 무너뜨릴 것이다.
인간은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뭇생명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당신들은 내일 당신들의 생명이 어떻게 될는지 알지 못합니다. 당신들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안개에 지나지 않습니다(성경 야고보서 4장 14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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