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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끝 여름 끝자락 밤 공기는 즐겨야지. 문 열어두고 이불 쓰고 시원한 이 바람은 꿈에서도 불어줘야지. 그래야 가을 오지. 2019. 9. 2.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 임동확 다가설수록 멀어지는 지평선처럼 단지 접근 불가능한 절대 고독의 근원 혹은 알 수 없는 전망의 바탕을 암탉처럼 품고 있는 길. 험하거나 평탄한 길들이 안겨주는 가장 값진 선물을, 놀랍게도 예정된 결말이나 확신에 찬 기대를 가차 없이 저버리는 뜻밖의 경험이다. 해피엔드로 끝나기 마련인 싸구려 영화와 달리 어떤 길이든 늘 아직 때가 이르지 않는 출발 혹은 이미 지나쳐버린 종말을 들키고 싶은 비밀처럼 감추고 있다. 뒤늦게야 조수 겸 아내인 착한 젤소미나를 잃고 만취한 채 바닷가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차력사 짐파노의 속최이든, 감옥에 간 자신을 기다리다 못해 배고파 외간남자에게 몸을 판 아내의 불륜을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고향 가는 눈길 속에서 죽어가게 한 남편 세이트알리의 절규이든, 결코 원하지 않았을 그 .. 2019. 6. 7.
더 유연하고 우아하게 "우리가 충분히 배우고 우리의 눈과 귀를 충분히 연 경우 언제든 우리의 영혼은 더욱 유연하고 우아하게 된다" - 니체 충분히 배우기 위해 감수할 것들이 많다. 대부분 내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일희일비 하지 말자. 2019. 3. 15.
그래도 해야한다 마더 테레사가 운영하던 인도 캘커타의 어린이집 벽에 새겨있는 글이다. 1. 사람들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람들을 사랑하라. 2. 당신이 착한 일을 하면 사람들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3. 당신이 성공하게 되면 가짜 친구와 진짜 적들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성공하라. 4. 오늘 당신이 착한 일을 해도 내일이면 사람들은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5. 정직하고 솔직하면 공격당하기 쉽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게 살아라. 6. 사리사욕에 눈 먼 소인배들이 큰 뜻을 품은 훌륭한 사람들을 해칠 수 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라. 7. 몇 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도 탑을 .. 2019. 2. 13.
2019.2.8 곰곰히 생각해본다. 치밀어오르는 불안함,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생각한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누구도 내게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불끈하고 일어나는 분노는 뭘까. 이런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것이 연유가 있는 분노인지, 불신인지 확신하기가 어려운 건 나에 대한 불안, 불확신 때문이다. 일의 흐름을 알고 있으면 이토록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잘 알고 있다면 더 그랬을 것 같다. 아직은 안개처럼 먼 곳이 보이지 않고 한치 앞 보이는 것들만 쫓고 있어 그런 것 같다. 안개가 걷히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그 시간을 견디기가 너무 어려워 하루하루 쩔쩔매는 것 같다. 동료들이 혹 나태하거나 포기하지 않을까 쉬이 판단하고 뭔가 해야할.. 2019. 2. 8.
그대 내게 행복을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별 간격 없이 흐르는 시간임에도 어떤 날과 어떤 날이 있었다 말할 수 있는 것, 낯선 감정을 연습하게 하는 당신 덕분에 사는 연습을 조금씩 하게 되는 것, 남들이 그렇게 새날이다 외친 들 그 날도 다른 빛깔의 어떤 날일 수 있는 것. 매일 다른 빛, 그대. 그대 내게 행복을 주시길. 매일 다른 행복을, 삶의 모양을 다르게 그려내도록. 2019. 1. 2.
마흔문학상 아쉽게 탈락한 1인 오늘 시키지도 않은 택배가 와서 보니 한겨레출판에서 보낸 정여울 였다. 이걸 나한테 왜 보냈나 궁금해 찾아보니 에서 아쉽게 탈락한 여섯분 중 한 명이었다 ㅋㅋㅋ 감사히 읽겠습니다! http://me2.do/GrzhmZBK ​​​ 2018. 12. 29.
가자, 이비인후과로 “난청이 심하세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로 나왔어요.” 서른 아홉, 난청이란다. ‘일상생활 잘 하고 있다’고 반문해 보았지만 뭐, 검사결과인 ‘숫자’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사람들 말을 한번에 못 알아들은 적이 많았던 최근이었다. 이비인후과 가보라는 의사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병원을 나섰다. 둘째 육아휴직이 끝나고, 두 번째 복직 기념으로 기분 좋게 간 건강검진이었는데 난데없는 결과를 받아들고 왠지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직업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지라 ‘잘 듣는 것’은 내겐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기분, 의도까지 잘 알아채야 하기에 ‘난청’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결과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10년을 넘게.. 2018. 12. 22.
출근길 단상 출근 길에 가끔 용달차에 두 눈을 꿈뻑 내 놓은 채 실려있는 소들을 본다. 다리에 힘을 주고, 서로 몸을 부대끼며 버티고 있다. 아마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겠지. 나도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금방 짐작이 되니 말이다. 어디까지가 삶인지 모른 채 태어나 어디론가 향하는 건, 사람이나 소나 생명을 가진 무엇이나 다 같은 '방향'인 듯 하다. 매우 불편한 장면인 것은 확실했다. 눈부신 햇살이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 생명들과 함께, 나 또한 같은 방향임을 인지하는 순간 공유하게 되는 그 존재의 핵심, 그것 때문일지도. 두려움. 죽음을 향해 간다는 본질적인 공통점, 그리고 내재된 본능. 부인하려고 하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 핵심은 아마도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그 두려움일 것이다. 극복조차 하고 싶지.. 2018.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