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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성매매근절 외침19

여성학 강의 듣다 * 양성평등 : 모든 인간이 고정된 성 역할이나 성별 고정관념에 구속됨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것. 구미현 교수님의 여성학 강의를 들었다. 곧은 말투에 조금 지루했지만, 잘 정리될 수 있도록 알려주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평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정착되었는지와 현대 사회에서 평등의 유형에 대해 공부했다. 2006. 10. 21.
언니들의 방 어제는 처음으로 '구조활동'에 참여해보았다. 업소에 도착하니 먼저 온 경찰들이 조사를 하고 있었다. 조사라는 것은 종업원 명부의 언니들 이름과 수를 확인하는 작업, 성매매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 같았다. 같이 온 간사님들은 상담을 하기 위해 언니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선뜻 상담하는 자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언니들이 지내고 있던 그 업소를 둘러볼 수 있었다. 좁고 긴 복도, 개미집처럼 쪽방이 여러개있었다. 언니들이 지내는 이 곳에서 성매매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니들의 방은 무척 좁았고, 매트리스와 옷장을 빼곤 아무것도 없었다. 한 쪽 벽면에는 온통 성행위를 하는 여자와 남자의 그림이었다. 기괴한 그림이었다. 경찰이 방을 뒤지고, 사진을 찍었다. 정말 언니들의 방이라면, 자.. 2006. 10. 11.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타자화된 성매매 여성들과 나와의 인식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형식적인 당사자주의를 외치며 ‘당사자에게 맡겨라’, ‘다른 사람들이 개입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서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자신의 상황처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다가서려는 데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들의 구체적인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내 일처럼 고민하지 않고서는 성매매 여성들과 연대할 수 없다. 연대는 ‘연대의 말’이나 ‘격려사’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성매매 여성들의 진심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면, - 일다, 9월 27일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중에서 2006. 10. 11.
<공부>성충동은 본능인가, 사회의 구성물인가? 뒷부분에서 평택이니, 민주화니 번져서 약간 격한 논쟁이 되긴 했지만 우얏든 오늘의 주제는 이것이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참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다양한 생각을 하나의 틀로 살펴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 결론. 성충동은 살아온 시간이 있어, 본능적인 부분과 사회적으로 구성된 부분을 적절히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기준과 경계가 과연 어디인가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성적 존재이다. 그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성'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타인에게 작용될 때 그것은 폭력이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고,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 그것을 적용하면 오해를 사게 될 것이다. 대화와 예절이 필요한 부분이다. 누구도.. 2006. 5. 9.
선물-6 나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 때는 몸이 말할 수 없이 망가진 상태였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지만, 입원비에다 매일 붙는 결근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자리에 누워서 내 몸이 아픈 것보다 불어나는 빚을 걱정해 몸에 돌덩이를 안은 듯 무거웠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어버릴 것만 같아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담은 그러면 계산을 보자고 했다. 방값, 결근비, 지각비, 미용비 등 종류도 여러 가지인 명목으로 빚은 1,100만원으로 늘어났다. 여기 올 때 땡겨 쓴 선불금이 800이었는데, 거기에 200만원을 까고 다시 붙은 빚이 500만원이 되어 110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빚을 지게 된 건지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마담.. 2006. 4. 24.
선물-5 추위가 조금 물러간 뒤, 다른 언니들이 룸으로 들어가고 가끔 혼자 남았을 때가 있다. 그 때에 나는 나지막히 외롭다고 말해보았다. 허공에다 하는 얘기였다. 그 말을 듣는 것 또한 허공일 뿐이다. 쓸쓸한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나와 눈을 마주치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나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냥 가끔 몸을 흔든다. 얼마 전에 나간 2차에서 나는 내 몸 어딘가가 많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으면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혜선이, 아니 재순언니도 늘 어디가 아프다고 했다. 솔직히 우리가 아프지 않은 곳은 없다.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전에는 어딜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나갈 수 있었는데, 이 곳은 아니다. 답답했.. 2006. 4. 24.
선물-4 가게의 이름은 ‘희망’이었다. 나는 간판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내가 본 술집간판 중에 가장 유치하고 어처구니없는 이름이었다. 선불금 800에 나는 ‘희망’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 희망에는 마담을 제외한 세 명이 일하고 있었다. 각자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둘째언니, 셋째언니, 막내언니라고 부르게 했다. 나이는 내가 제일 어렸다. 저녁 7시에 문을 열고 가게를 정리하는 뒤치다꺼리는 내가 했다. 저녁시간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두 배로 더 빨리 행동해야 했다. 며칠 동안 다른 언니들은 딱히 나에게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서먹한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이름이 뭐니?” 둘째언니가 내 이름을 물었다. 셋째와 막내언니는 각자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나와 둘째언니.. 2006. 4. 24.
선물-3 내 입에서는 욕이 쉽게 나왔다. 그렇게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참을 수 없이 답답했다. 처음엔 속으로 욕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욕은 점차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한 욕을 하게 되었다. 나는 다방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단란주점에 300만원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주방이모는 친정엄마처럼 말했다. 거기서는 더 악착같이 해야 할 거라고. 그리고는 아무 말도 않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 주방이모의 손은 늘 그렇듯 차가웠지만 왠지 마음은 따뜻해지게 했다. 주방이모의 말처럼, 정말 그랬다. 개인시간을 나가서 돈을 못 받을 때에 나는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받을 돈이 적어졌다. 사실은 빚이 늘어나는 것이었지만. 가끔 맞기도 했다.. 2006. 4. 24.
선물-2 친구는 티켓다방에서 한 달에 삼백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그 친구가 평소에 돈을 잘 쓰기도 했고, 한 달에 삼백이라는 말도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숙식까지 제공해준다고 하니,나로서는 더 이상 생각해 볼 여지도 없었다. 소개를 받아 한 다방에 취직하게 되었다. 일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나는 다방 안에서 서빙을 보거나 일을 도와주었고, 가끔 배달도 나갔다. 아직 처음이라고 마담언니와 여러 언니들은 나를 잘 챙겨주었다. 그런데 가끔 그런 친절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내가 아니라 그 언니들이 아주 어색해 하는 것 같았다. 마치 친절을 받아본 일이 없는 사람이 친절한 흉내를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주방이모와 한 방을 썼는데, 주방이모는 그래도 내게 친절하지 않을 편에 속해서 오히려 .. 2006.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