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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373

책을 잃고 나는 쓰네 집에 책이 참 많다. 사고 안 읽은 책, 선물한 책은 훨씬 더 많다. 요즘은 페이스북 글을 더 많이 읽고, 영상을 본다. 20살부터 책을 많이 봤는데 36세부턴가 책보다 미디어를 더 많이 접한다. 뭔가 놓아버린 기분이랄까. 책 조차 집착 아닐까 의심하며. 어느 날 아이가 혼자 책을 뒤적거리는 것을 보고,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둘째 낳고 책 읽은 기억이 거의 없는데, 아이가 꺼내들어 보는 것 보니 신기했다. 책을 보는 것이 좋고 그냥 하는 일이었는데. 왜 요즘엔 그렇게 활자가 눈에 안 들어올까. 뭐가 자꾸 밀어낼까. 고민해보기로 했다. 2020. 1. 27.
2020 한 해 동안 많은 말들을 쏟아냈는데 그 말들이 다 어디로 흩어져 주저 앉아있는지 모르겠다. 말들은 제 힘이 있었는지, 무언가를 변화시키고는 있는지. 힘 없는 말들을 다시 주워담을 수 있다면 조금 더 힘들어도 괜찮겠다 싶은 오늘 이지만, 다시는 또 세상에 없을 일이므로 입을 닫고 허공의 그 말들을 세어본다. 어디든 가서 혹시 씨앗이 되고 세상 움트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지금 할 일이 없고 앞으로도 바랄 것이 그 일이다. 또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야 할 시간이다. 그 뿐이다. 2020. 1. 1.
2019.2.8 곰곰히 생각해본다. 치밀어오르는 불안함,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생각한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누구도 내게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불끈하고 일어나는 분노는 뭘까. 이런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것이 연유가 있는 분노인지, 불신인지 확신하기가 어려운 건 나에 대한 불안, 불확신 때문이다. 일의 흐름을 알고 있으면 이토록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잘 알고 있다면 더 그랬을 것 같다. 아직은 안개처럼 먼 곳이 보이지 않고 한치 앞 보이는 것들만 쫓고 있어 그런 것 같다. 안개가 걷히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그 시간을 견디기가 너무 어려워 하루하루 쩔쩔매는 것 같다. 동료들이 혹 나태하거나 포기하지 않을까 쉬이 판단하고 뭔가 해야할.. 2019. 2. 8.
그대 내게 행복을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별 간격 없이 흐르는 시간임에도 어떤 날과 어떤 날이 있었다 말할 수 있는 것, 낯선 감정을 연습하게 하는 당신 덕분에 사는 연습을 조금씩 하게 되는 것, 남들이 그렇게 새날이다 외친 들 그 날도 다른 빛깔의 어떤 날일 수 있는 것. 매일 다른 빛, 그대. 그대 내게 행복을 주시길. 매일 다른 행복을, 삶의 모양을 다르게 그려내도록. 2019. 1. 2.
인정을 거부하기 가끔 아직 '사람의 인정'에 마음이 휘둘리는 내 모습을 본다. 사실 삼십대 초반, 상담과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그것을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하늘하늘거리는 커튼 뒤로 그 감정이 그림자를 드리울 때가 있다. 그래도 마음이 흔들리거나 폭식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맥주 한 캔 정도로 털어낼 줄도 안다.내가 이만큼 해 온 것에 대한 자부심은 크지 않아도, 시간에 비례해 마음에 쌓인 자랑스러움이 있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하는 일이 엉망진창 내 멋대로 인 듯 보여도 잘 해왔다고 여기며 꼰대만큼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만큼이면 되었다고 생각하며 산다.그 놈의 인정이 도대체 뭘까 싶은 순간도 많다. 보여주고 싶고, 해내고 싶은 그 저변에 깔린 다른이의 눈. 이만큼이면 되었다 생각.. 2018. 11. 16.
킥보드와 출근하기 가끔 BRT를 타고 가야할 때, 킥보드를 챙긴다. 버스 타러 가는 길이 일단 멀기도 하고 걷는 것보다 씽씽 킥보드 타는 재미가 있어서다. 처음엔 아들내미랑 같이 놀려고 샀는데 이렇게 출근길 친구도 되니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바람이 찬 탓에 비명을 지르며 달린다. 버스에서 내려 대전역 건너편 골목길을 달리면 발로 디딜 때와 다른 땅의 굴곡, 오름과 내리막길, 바람의 흐름을 느낀다. 지하상가는 킥보드가 잘 미끄러져 좋다. 사람들의 오고가는 틈을 빠져나가며 사람들 속을 걷는 것의 어색함을 피해가기도 한다. 다리는 아파도, 코가 시려도 바람과 친구되는 속도의 찰나들이 신선하고 유쾌하다.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진작 해보지 못했을까? 뭐가 진짜 재밌는 거라고 생각했을까 싶다. 그냥 생활 속에서 이런 재.. 2018. 11. 14.
두번째 복직 워밍업 출근을 시작했다. 동료들은 여전했고,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약간 거리가 있어 돕는 정도의 역할이지만 크게 모르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선 기분은 역시 내 쓸모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그저 하던 일을 또 엉망이지만 해나갈 수 있기에 다시 가는 걸까, 그러기엔 내 비용이 너무 크지 않나.나는 우리 조직에서 가성비가 좋은 인간인가 생각하게 된다.물론 직장에서 가성비를 따지자면 우리 일은 못하겠지만, 도태되고 꼰대같은 선배로 다시 들어가 잔소리를 하고 있진 않은지가 걱정이다. 얼굴이 맑게, 오래 뵌 선배를 오랫만에 다시 만났다. 별로 교류하고 살진 않지만 그래도 살갑게 아는 척은 할 수 있다. 과거에 무슨 일을 같이 했던 듯 한데 기억은 안난다.다만 세월이 눈처럼 쌓인 모습.. 2018. 10. 23.
지구별캠핑_시작 난데없이 캠핑을 가자고 신랑과 맘이 통해 텐트를 덜컥 질렀다. 텐트를 사기 위해 눈이 빠져라 검색 또 검색. 결론은 돈 많으면 좋은 거 사면 된다.ㅋㅋ 우리는 돈이 없어서 머리를 굴리고 굴려 적절한 것으로. 32만원에 타프쉘과 원터치텐트까지 득템. 하아... 산너머산. 이거 하니 또 밥은 어떻게 해먹냐. 버너, 코펠 검색하니 돈돈돈이다. 이러고 제주도는 벌써 50만원 지르심. 제주도 가지 말고 캠핑용품이나 더 살걸 이러고 있다는. 암튼 검색에 검색을 더한 결과, 부부와 어린아이 조합에는 리빙쉘 타입이 좋긴 하나 가격이 천차만별에 싼 건 그닥 오래 못 쓰겠다 싶어 타프쉘 중 평이 좋고 가격대가 그래도 우리 형편에 맞는 것을 찾아찾아 #레펙스 타프쉘 로 결정! 예쁜 컬러는 아니지만 컬러는 무슨. 애들에 텐트.. 2018. 9. 21.
오롯이 가을 바람이 제법 오롯하게 지나간다. 가을의 바람은 어느 한 시절을 겪어낸 청춘의 마음 같다. 여름의 철없음이 무르익어 오는 것처럼, 뜨거움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회한과 그리움처럼. 청춘의 어느 절기, 30대의 한 시대를 겪고 이제는 청춘이라고 부를만한 그 시대가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 내 속은 풋내나는 배추처럼 여리고 어리석다. 가는 시간의 중력을 견디는 것조차 버거운 그런 시기. 그래도 가을은 언제나 오롯이 나를 맞는다. 이 가을이 가고 다음 가을도 이전 가을도 항상 그랬을 것이다. 나만 늘 속절없다 여기며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여전히. 하품을 하며 무심히 지나가버린 시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지도. 비록 그럴지라도, 가을은 늘 오롯하길. 뒤틀려가는 내 삶을 어느 때라도 부드.. 2018.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