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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191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눈이 푹푹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즈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아무도 없는 강릉의 밤 언저리에서 펴든 백석의 시집. 그리고 만난 그의 나타샤. 산장의 창문 너머로 흰 눈이 .. 2011. 8. 8.
야우소회_물닭의소리5 : 백석 캄캄한 비 속에 새빨간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퓌고 먼바루 개가 짖는 밤은 어데서 물외 내음새 나는 밤이다 캄캄한 비 속에 새빨간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퓌고 먼바루 개가 짖고 어데서 물의 내음새 나는 밤은 나의 정다운 것들 가지 명태 노루 뫼추리 질동이 노랑나뷔 바구지꽃 모밀국수 남치마 자개짚세기 그리고 천희라는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밤이로구나 --------------- 딱 그런 밤. 2011. 8. 1.
기다린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진정으로 안다는 것.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과 같은 것. 더 이상 호기심으로 두리번 거리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기다릴수 있다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기다린다는 것은 자신이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산도르 마라이 중에서 버리려고 털어낼수록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분명히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아무 말도 없는. 이제 부르지도 못하고 침묵하도록 만드는. 2011. 7. 21.
7월 15일, 새벽녘에 내가 아직 너의 문간에 이르지 못했으니 이곳에서 그냥 밤을 새고 말리라 오늘 하루 얼마나 걸었을까 지는 해의 부르튼 발바닥이 보여 문을 잠근 그대여 너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을 테지 이 길의 두근거림 가도가도 계속되는 흰 꽃들의 속삭임 가만히 주저앉아 쓰다듬어 보면 종일 햇볕이 데우지 않았어도 수많은 발길로 뜨거워진 길 긴 가뭄에도 땅 속으로 뻗는 저 알알의 힘 너는 아직 모르고 있을 테지 간간이 한 줌의 굴욕 한 줌의 신산한 기억들도 흰 감자꽃 속에 널브러져 있지만 길을 따라 아름답게 늙어가는 사람들 너는 아직 손 잡아보지 못했을 테지 문을 잠근 그대여 나는 아네 언젠가 내가 너의 문간에 이르렀을 때 너무 단단히는 잠그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삐걱거려 주리라는 것을 끝끝내 열리지 않아 그곳에 나의 무덤을 .. 2011. 7. 16.
진전없는 글쓰기 앞에서 걱정하지마. 너는 예전에도 썼고 지금도 쓸 수 있어. 네가 할 일은 단지 진실한 문장을 쓰는거야. 네가 아는 가장 진실한 문장을 하나 써 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5. 27.
사색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 사색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은 간혹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생을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는 각자가 자기 주관의 미궁 속에서 한평생 방황하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이다. 인생을 사랑하고 사악한 편견으로부터 생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빵과 서커스만으로 만족하는 그런 인간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릇된 주관이나 부정한 시대 정신으로 왜곡된 현실 - 어떤 범위의 소수에 의해서 약탈되고 독점된 현실을 진정한 원형대로의 현실로서 다시 회복하자는 것 - 그릇된 수많은 사회적 신화가 우리의 진정한 의식과 희망을 왜곡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의 투철한 사고를 바쳐서 진정한 공화국, 곧 진정한 인생을 찾자는 것이다. 인식의 길은 어디까지나 철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지 못하면 .. 2011. 5. 10.
아빠에게 아부지, 작년 이맘때처럼 봄빛이 진한 4월이 다시 돌아왔어요. 아빠 가신지 1년째네. 아부지 가신 뒤로도 시간은 변함없이 흘렀고, 나도 동생도 엄마도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무표정한 시간의 뒷모습을, 아버지를 보내고서 보게 되네요. 아빠가 전화해서는 "뭐하고 사냐"고 자주 물었었는데, 요즘 나는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를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쓸데없는 생각한다고 뭐라 하실테지만, 요즘 그렇네요. 많은 일을 하고 살지만 기억에서 사라지고,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고,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이 또한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볼 뿐이고, 아무리 애를 써도 되지 않는 일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료할 뿐이고. 슬프게도 나는 여전히 생각만 많지요. 일본에서 지진이 났어요. 그래서 핵발전소가 터져서 지.. 2011. 4. 22.
자기의 거울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비추어보는 자신의 거울을 가지고 있다. 지금 세상을 탓하고 욕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거울이 깨어지지 않았는지 잘 살펴보라. 깨어진 거울은 아무리 비추어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 트위터에서 본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4. 5.
거짓말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 하면서 나는 나를 지킨다. - 천양희 중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