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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56

매직아워 엄청 웃었다. 일본영화 보고 이렇게 웃기도 처음. 무라타(사토 코이치)의 무한 애드립이 정말 최고였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연기파 배우라고 들어서, 중후한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말이다. 매직아워는 태양이 사라진 후, 어둠이 내릴 때 까지의 짧은 시간을 말한다. 낮도 밤도 아닌 저녁의 푸르고 유혹적인 노을빛이 연출되는 그 짧은 시간. 그 시간은 삶의 가장 황홀하고 멋진 순간을 뜻한다. 주인공인 무라타도 그 시간을 꿈꾸며 만년 엑스트라로 살아온 것 아닐까. 누구나 꿈꾸는 그 시간이 사라지면, 절망할 일은 아니라고. 다시 그 시간을 기다리면 되는거라는 타가사 노부의 대사는 인상깊었다. 잘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는 무라타의 모습이 남같지 않았다. 사람은 모두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 자기를 드러내고 싶고 .. 2010. 6. 27.
행복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주제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 그리고 까지. 은 조금 지루했다. 사랑이 변한다는 물음은 너무 많이 던진 것 아닌가 싶었고, 내용도 왠지 눈에 보이고. 황정민과 임수정도 뭔가 다른 연기를 한 것 같지 않았다. 임수정은 평소에도 아파보이는데 아픈 캐릭터를 맡으니 익숙하고, 황정민은 개망나니 캐릭터가 몸에 밴 듯 익숙하다. 봄날은 간다, 외출처럼 여운있는 결말도 아니다. (아, 나 혹평하고 있다.) 변하는 사랑에 대해 나 은 대상의 죽음이 그 사랑을 기억하도록 만든다. 은 새로운 사랑이 그렇게 만든다. 왜 사랑했던 존재가 없을 때야 비로소 그 사랑을 기억할까? 그래서 사랑을 '잔인'하다고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변.. 2010. 5. 28.
이키가미 이 영화가 남다르게 다가온 것은 아마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이 닿아서 였을 것이다. 국가에서 24시간전에 발행하는 사망예고증과 그것을 배달하는 사람, 그것을 받는 사람의 몇 가지 에피소드가 담긴 영화이다. 에피소드 들은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지만 사망예고증이라는 장치로 감동을 준다. 국가권력에 의한 예정된 죽음이라는 설정은 설정만으로도 무시무시하다. 안 그래도 요즘 국가권력의 폭력성에 대해 절절히 실감하고 있는 요즘 세상인데 말이다. 이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감동스러운 스토리 안에 사망예고증과 국가권력에 대한 고찰이 묻혀버린다. 사적이고 감정적인 라인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타자화된 시선에서 국가형태에 대한 관찰이 있었다면 영화가 더 괜찮았겠다 싶었다. 영화에.. 2009. 8. 31.
돼지가 있는 교실 선생님, 삶의 길이는 누가 정하는건가요? 하나짱의 질문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처음엔 함께 키워 잡아먹자고 시작한 돼지사육이 아이들의 인생 최대의 고민이 되었다. P짱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고, P짱을 먹는 것은 자신에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민하고 토론하고 회의하는 아이들의 사랑스럽다 못해 믿음직스럽다. 생명을 마주한다는 것,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의미있을까? 작은 돼지에 불과하더라도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명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명이 주는 추억의 힘이 - P짱과의 축구, 음악시간, 크리스마스까지 - 얼마 예쁜지도 알게 된다. 참 잘 만들었다. 작고 소박하지만 힘있는 이야기, 예쁜 아이들이 잘 만들어낸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이 P짱의 처우.. 2009. 8. 4.
아내가 결혼했다 '아내가 결혼한 것'이 충격적인 건, 아마 남자들에게 더할 것 같다. 실제로 드라마, 영화, 실제상황에서 남자들이 두 여인을 거느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충격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만큼 남자의 양다리 내지는 다처두기(?)는 일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에게 당신은 왜 나를 이해못하냐고 말하는 주인아와 주인아를 따라 똑같이 바람피우는 노덕훈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한국남자에게 너무 과한 요구를 하는 주인아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여자입장에서 보면 매우 도전적인 캐릭터이다. 방황하는 노덕훈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주인아의 다른 남편을 결국엔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택하는 그의 캐릭터도 여성인 내게 무척 충격이다. 궁금한 것도 많다. 열심히 자신의 사회적 성역할을 충실히 하는 .. 2009. 7. 25.
슬럼독 밀리어네어 생각해보면 인도에 갔을 때, 내게 손을 내밀던 그 아이들의 가난에 대해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인도는 혼잡하지만 내게는 재미있고, 편한 곳이기도 하다. 달랑 2번이지만^^ 약간의 로맨스, 진짜 인도영화보다 덜한 판타지(난 자말이 대사치다가 노래하기를 기대했는데!), 왠지 인도사람 같지 않은 자말을 보면서 대니 보일이 아닌 진짜 인도사람이 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람과 자말은 홍콩배우같이 연기하고, 스토리는 헐리우드식 드라마 같아서 재미는 있으나 약간 식상했었더랬다. 하지만 영화구성은 정말 멋졌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도를 여행하던 내 마음과 행동이 교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해, 그들을 둘러싼 사회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건 아마 인도에 큰.. 2009. 4. 27.
소풍가다잠들다 오랫만에 본 연극. 김상열 교수님이 대본쓰고, 연출했다 하는데 김교수님 폴란드 가셔서 직접 연출한 것을 보진 못했다. 연극이 주는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관객과 배우가 가장 가까이에서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우의 숨소리가 들리는 작은 공연장의 매력도, 연극을 접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와우, 이래 쓰니까 엄청 많이 본 것 같다....) '소풍가다잠들다'는 왕년에 사회운동을 하다가 이제는 주부가 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연극의 묘미는 이 여성의 일상이 깨지는 순간에 시작된다. 남편은 출장에, 아이는 소풍을 보낸 한 주부와 그 주변의 일상이 쭉 전개되다가, 그 일상이 그 여자가 도피하던 일상이었음이 드러나면서 멈춰진 시계와 뜻모를 전화, 절망에 빠진 친구의 통화 등이 제 고리를 찾는다. 무대설.. 2009. 3. 28.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이 뜨겁다. 나는 솔직히 아무런 마음의 준비없이, 사전지식없이 할머니들의 혹은 언니들(성매매여성)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버릇없고 예의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충분히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진정성 없는 마음으로는 만나지도 말하지도 않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위험한 여성들이라는 책에 나오는 여러 사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송신도 할머니를 만났다. 여성으로서, 그녀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다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할머니는 웃으며 운다. 울다가 웃는다. 화내다가 웃고, 긴장하다 웃는다. 마음이 행여 다칠까 여러번 확인하고, 방패를 들었다 놓기를 수백번이다. 매번 지는 싸움에, 마음 다치면서도 다시 할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국.. 2009. 3. 18.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굿나잇, 벤자민 굿나잇, 데이지 이게 제목이 되야하지 않겠냐는 누군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랬다.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뚝 떨어진 순간은 젊은 몸을 가진 벤자민의 그의 딸을 보고 싶어서 찾아온 그 때였다. 벤자민을 밤에 몰래 찾아온 데이지가 그를 두고 떠나면서 굿나잇, 벤자민 이라고 말했을 때, 어두운 방안에 홀로 남은 벤자민이 나지막하게 굿나잇, 데이지라고 말하던 순간이었다. 쓸쓸하다고 표현하지 않아도 그 공기 속에 배어나오는 쓸쓸함이 참 슬펐다. 사실 벤자민의 시간이 거꾸로 흘렀던 것은 아니다. 다만 반대로 흘러가는 벤자민의 외모가 그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고 느끼게 했을 뿐이다. 시간의 흐름, 그 성격을 정하는 것은 어쩌면 사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겉모양이야 어떻든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한 .. 2009.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