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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56

미션 신부들은 죽고 저는 살아 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자는 나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박용남 선생님이 너도 볼라냐고 손수 건네주신 영화 미션. 고등학교 때 이거 보고 싶어서 비디오가게 갔더니 아저씨가 19세 이상이라고 안 빌려줬던 영화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제레미 형님이 나오시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보았지. 영화의 핵심과 줄거리는 무척 간결하다.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 또한 간결하고 정확하다.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촛불을 생각했다. 과라니족을 미개하고 폭력적이라고 몰고가는 귀족들, 맨도자가 총을 들고 가브리엘 신부가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을 향할 수 밖에 없던 이유, 터를 빼앗기고 죽.. 2009. 2. 5.
사라쌍수 쉴새없이 흔들리는 카메라와 미로같은 골목이 인상적이다. 첫 장면부터 내내 답답하게 이어지는 골목길에서 중간에 등장하는 축제장면은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이 시원하다. 상처를 가진 슌의 애잔한 표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가와세 나오미라는 감독의 작품인데, 영화에 '감성'이 듬뿍 담겨있어서 빠져들기에 딱 좋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머리를 열고 가슴을 열고 영화에 집중만 하면 된다. 그게 참 좋았다. 축제가 끝난 뒤, 축제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삶의 빛이 되자"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어둠과 빛으로 나뉘어 있다면 그래도 우리는 삶의 빛으로 되자고. 마지막에 태어난 아가와 슌의 눈물도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과정이 아닐까. 외로운 이 내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꼬맹이들의 키스신도 참 인상적이었다... 2008. 5. 12.
식코(sicko) 어제 밤에 이 영화를 아트시네마에서 보고, 나는 마이클 무어를 한국으로 초대해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저 우울한 내용의 이야기를 그처럼 재치있게 풀어내다니.대단한 인간. 식코를 보면서 미국의 자본주의가 얼마나 '천박'한지를 절감했다. 의료보험의 이야기만 나오지만, 단지 의료보험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병을 치료받을 수 없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유지시켜주는 것을 '성과'라고 여기고, 아픈 사람을 길에다 버리면서 테러범들은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추어 고쳐주는 아이러니함까지. 영국과 프랑스, 쿠바의 국가의료보험제도와 비교하는 것도 모자라 아픈 사람들을 직접 관티모어로 데려가고, 쿠바로 데려가 치료받게 하고, 자신의 안티까페 회장에게 수호천사로 도움을 준 마이클 무.. 2008. 4. 19.
금지된 축구단 티벳의 독립을 외치며 각지에서 망명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많은 티벳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중국의 강경진압과 목숨을 건 시위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겠지. 민언련에서 화요일마다 티벳관련 영화를 하고 있는데, 어제 기회가 되어 금지된 축구단을 보았다. 은 인도 다람살라 지역으로 망명한 티벳인들이 축구단을 만들어 피파와 중국정부의 방해를 무릅쓰고 지난 2001년 덴마크에서 그린란드팀과 경기를 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티벳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자세히 그린 것보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매개로 티벳의 상황을 두루뭉실하게 그린 영화라고 본다. 티벳 입문(?)영화라고나 할까? 관람 후에 오신 분들과 토론을 하면서 다큐 자체가 티벳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 티벳민중의 고통이 과연 중국으로부터만.. 2008. 4. 16.
작별 황윤감독의 영화는 숨김이 없이 버젓하다.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봤을 때 사람 목을 지그시 눌러 숨통을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호흡이 바로 황윤 감독의 호흡인 것 같다. 작별은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크레인과 동물원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시선'이 주요내용이다. 동물원에서 살 수 있도록 호랑이 크레인을 길들이는 모습과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지랄맞은 인생하며 한숨이 나온다. 지구의 모든 것이 멸종하고 오직 인간만이 남았을 때, 인간은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라는 영화 속 말이 머리에 깊이 남는다. 정작 불행한 것은 그들이 아닌 바로 사람, 우리라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깊이 깨달을 수 있을까? 동물보호라는 간단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철창에.. 2008. 4. 5.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마츠코의 삶이 혐오스럽다는 말은 틀리다. 마츠코를 혐오스럽게 만든 것은 세상이었다. 순수했을 뿐인 그녀를 도둑으로 만들고, 그로인해 순수한 그녀가 나름대로 찾을 수 있었던 행복 - 우리에겐 불행으로 보이는 - 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결국 그녀 주변의 사람들, 세상의 상황이었다. 다시 살아보기 위해 친구의 미용실 명함을 쥐어든 그녀는 결국 아이들에게 맞아 죽는다. 정말이지 보는 이의 기분을 밑바닥까지 팽겨쳐버린다. 마츠코가 끝끝내 버려져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한 것은 "혼자 외롭느니 차라리 맞는 게 낫다"는 이유였다. 사람은 사실 그렇다. 사랑할 상대를 여러가지로 재보고 선택했다고 하지만, 사실 외로웠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것이 맞다. 외로운 시절에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를 사랑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녀.. 2008. 3. 14.
카모메식당 핀란드에서 일본식 식당을 경영하는 사치에 씨와 두 일본여인의 이야기, 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런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편이라,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다. 다른 사람들은 심심할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면서 일식요리를 배워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치에 씨가 여유있는 표정으로 밥을 굴려 오니기리를 만드는 모습에 정말 반해버렸다. '사치에 씨, 세상 마지막날에 저도 초대해주세요!' 라고 외칠 뻔 했다. 단순하지만 특징있고 정겨운 인물들, 단조롭지만 의미가 담긴 공간과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나도 나중에 단조롭고 평화로운 동네에서 작은 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핀란드가 아니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굳이 어떤 목적과 시한이 있지 않더라도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현재를 즐길 수 있는 것만으.. 2008. 1. 22.
두번째사랑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정우가 이 여자를 정말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하정우는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 몰입을 완벽하게 하는 것 같다. 영화의 느낌이 한국인이 나오는데도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카메라의 구도나 인물들의 시선이 어긋난다고나 할까. 봐오던 영화와는 상당히 틀리다. 뭐, 잘 아는 건 아니지만서도. 그 바닷가의 소피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지만, 나는 그녀가 두번째 사랑을 택했으리라고 생각한다. 혹 그렇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은 단호히 버렸으리라 믿는다. 사랑은 한 쪽만의 희생이 아닌, 쌍방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정우 때문에 언젠가는 봐야지 하고 벼르다가 본 영화, 근데 뜻밖의 수확이 있었으니 나의 완벽한 이상형(외모만) 데이비드.. 2008. 1. 20.
시간을 달리는소녀 돌려놓고 싶은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기에 더 나았던 일들이기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믿는 것이 가장 최선인 것 같다. 12월 첫날에 가슴 설레며 본 애니메이션. 2007.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