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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56

언러브드 천천히 책을 읽듯 본 영화. 여주인공인 미츠코의 캐릭터가 아주 강해서 지루했지만 끝까지 붙잡게 만들었다. 사랑을 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여성, 자기 삶을 변화하려는 남자를 단호히 삶에서 밀어내는 여성의 캐릭터가 남자의 선택에 울고 웃는 요즘 여주인공 캐릭터들에 비교한다면 너무나 튀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에 시모카와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좋다는 미츠코에게 "이제는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을 때, 약간 김이 빠졌다. 과연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기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미츠코가 끝까지 자기 삶을 지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니 사실은 미츠코가 사랑받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그녀는 자기 자신을 지켜냄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었던 것.. 2007. 9. 22.
화려한 휴가 기대와 각오를 단단히 하고 봐서 그런지 보고나서 실망한 감도 없지 않았다. 안전한 영화제작을 위해서인지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전에 5.18국립묘지를 견학한 적이 있다. 수많은 묘비들은 구역이 나뉘어 있었는데,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제10묘역이었다.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들을 모아둔 묘역이었다. 모든 묘비의 뒤에는 부모와 친지들이 써 둔 메세지가 담겨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읽고 있으니, 눈물이 났었다. 슬픔과 안타까움이 마음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마지막 외침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는 것은 아마 그 묘비들 때문일까. 불가항력의 권력 앞에서 눈물 밖에 흘릴 수 없었던 수많은 영혼의 울음때문일까. 이제 분노하기보다 아파할 줄 아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2007. 8. 5.
다이하드4.0 & 트랜스포머 속 시원하게 본 영화. 절대 죽지 않는 브루스아저씨, 멋졌다. 2007. 8. 5.
가족의 탄생 이미 만들어진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이나 혈연으로 만들어진 가족이 아닌 가족이 되고자하는 의지로 만들어진 '가족'이 인상깊었다. 의무나 책임으로 가족이라는 '굴레'를 지고 가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엉뚱한 인연으로 가족을 탄생시킨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연신 웃음이 터져나왔다. 슬프기도 하지만 꿋꿋한 모습이 바로 지금 가족다운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오랫만에 본 영화였는데, 재밌어서 다행이었다. 무심씨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고, 채연이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엄포스의 뻔뻔함과 문소리의 높은 콧소리, 언제나 아름답고 매력넘치는 공효진도 모두모두 얼마나 적절하게 연기하시던지. 하긴 둘러보면 내 가족과 가족의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다만 그들을 남이라고 규정해버리고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 2007. 7. 17.
후회하지않아 외침모임에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차에 본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당췌 이해를 못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장면이 몇몇 있었다. 감정선을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건지, 내가 남자가 아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영화속에서 다양한 소수자-동성애자, 비정규직, 호빠 등-를 다루었다. 특히 여성성매매가 아닌 남성성매매를 인식하게 해 준 것이 의미가 있었다. 호스트빠에서는 어떤 쇼를 하는지, 어떤 룰이 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았다고 할까? 일하는 남성을 '년'이라고 칭하는 것이 참 속을 후비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통해 성매매를 기제로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억압되는지도 생각해 볼 만 했다. 이 영화도 어찌보면 동성애의 환타지이다.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 2007. 5. 16.
Polar Express 봄바람 살살 부는데 크리스마스와 산타에 관한 영화를 보았다. 북극에 산타만나러 가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도 북극이 가고 싶었는데, 애들이 참 부럽더구만. 주인공 아이가 마지막으로 받은 '믿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방울'이 참 인상적이었다. 믿음은 역시 믿고 싶다는 가장 순수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같다. 많은 지식과 이해력이 있어야만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불공평하지 않을까. 내게도 그런 순수한 믿음을 지녔던 어떤 징표가 있나 생각해 보았다. 필요가 없거나 의미가 없어진 것은 가차없이 버리는 성격이라, 남아난 것은 없지만 빨간 자동차와 그림액자 두개를 차마 버리지 못하긴 했다. 그걸 보면,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내게 다시 이런 시간이 올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 2007. 4. 1.
유레루 마무리가 약간 어설프긴 했지만 일본영화치고는 제법 진지한 편에 속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정말 누구의 말이 진실이었는지 확신할수는 없었다. 약간 아쉬웠던 것은 마무리. 엄마가 찍어둔 옛날 비디오의 몇 장면으로 동생의 마음이 돌이켜지는 게 좀 억지스러웠다. 장면 속에 좀 결정적인 뭔가가 있었으면 싶었는데 말이다. 믿음이 흔들리면 기억이 흔들리는걸까, 기억이 흔들리면 믿음이 흔들리는걸까. 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기억조차 흔들리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라는 게, 참 불안정한 존재구나 싶었다. 쉽게 흔들리고, 쉽게 변하고. 멋진 오다기리 죠. 나를 마구 흔들어댔다. 착한 청년같으니, 어찌나 준수하고 잘 생겼는지! 고맙기도 하여라. 2007. 3. 19.
비열한 거리 별 기대없이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유하 감독의 영화는 재미도 있고 나름 의미도 있어 좋은 것 같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뭔 포스터 사진이 저럴까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잘 찍었구나 싶었다. 인성씨는 '발리~'의 인상이 강해서 그런가, 전혀 깡패같지 않았다. 깡패인 척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근데 그것도 나름 컨셉인 듯 싶다. 병두는 깡패인 척 했지, 정말 깡패는 아니었으니까. 진짜 깡패는 병두를 배신한 종수. 깡패는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어야 하는거다. 마지막 천호진 아저씨가 부른 올드앤와이즈는 멋진 마무리였다. 병두는 친구였고, 믿을만한 부하였고, 챙겨주던 형님이었을 뿐 지금은 없다. 그들도 훗날에는 누구의 친구였고, 믿을만한 부하였고, 형님이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단지 '현재'일 .. 2007. 3. 19.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이 영화는 정말 싱거울 정도로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푸세와 알베르토의 여행담과 그들의 삶의 변화만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를 통해 여행과 체게바라를 읽어낼 수 있지만, 대부분 나도 저렇게 여행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혹 체게바라의 평전이라도 읽고 보았다면 영화가 좀 더 달라보였을까 싶다. 많은 이들이 체게바라를 말했다. 그에 대한 책들은 서점에 가면 차고 넘친다. 하지만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체게바라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가 젊은이들을 변화시키는데 이용되어야 할텐데. 그는 여행자가 아닌 혁명가였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꿈이나 현실성있는 장래희망이 아닌- 치열하게 살아가는 길을 택했고,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의 삶, 그들의 해방.. 2007.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