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방범
bravoey
2011. 1. 10. 18:48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 그러지를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 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 수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 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 밖에 믿지 않아.
- 모방범2, 493p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은 정말 사실일까, 아니면 내가 기억하는대로 기억하는 것일까? 가끔 나는, 내가 믿는 것들에 대해 의심한다. 내가 사실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 것들에 대한 의심. 그것은 세상을 새롭게 보이도록 만든다. 그리고 공포스럽게 만든다. 그것만은 사실이다. 발 밑이에 마치 폴이 다른 세계로 넘어갈 때 생기는 까만구멍이 생긴 듯,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밀어드는 것 같은 느낌에 휩싸인다. 그것만은, 진정 사실인 것 같다.
사실,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은 생각이 머리 속에 남아 둥둥 떠다닌다. 내 본성에 대한, 내가 믿는 것들에 대한 의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