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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3

가재미 이 조금 수런수런했다면, 가재미는 깊은 수면 아래를 걷는 듯 읽히는 시들이 많았다. 소재가 만들어주는 이야기 소리는 많이 줄어들었고, 문장이 만들어 내는 잔잔한 울림이 인상깊다. 읽다가 감탄한 시는 . 저 하늘에 누가 젖은 파래를 널어놓았나 파래를 덮고 자는 바닷가 아이의 꿈같이 별이 하나 둘 쪽잠 들러 나의 하늘에 온다 - 문태준 시, 파래를 하늘에 넌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전에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 바닷가 아이의 꿈과 파래 속에서 별. 머릿 속에 찬 바닷물이 차 오르는 것처럼, 이성보다 앞선 감각의 소리. 내 상상력과 문태준 시의 상상력이 만나는 순간. 시의 상상력은 한계점 없이 날아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소설을 쓰다보면, 형식을 파괴하거나 초현실적인 소재가 아닌 이상은 틀 안에서 상.. 2011. 2. 8.
사랑을 만나게 되는 허겁지겁 허천난 듯해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결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얻어오는' 마음이 필요하다. 다른 마음을 '얻어오는' 것이 필요하다. 멀어지는 사랑의 뒷등을 볼때서야 나는 그와 사귀는동안 이것이 모자랐음을 알게 된다. 사랑을 잃은 오늘 내 마음을 보아도 다시 얼뜨고 여전히 거칠다. 머잖아 또 망실이 있을 것이다. - 문태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2. 5.
맨발 문태준의 이 시집에는 '뒤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 에도 어머니와 뒤란, 에도 뒤란이 등장한다. 뒤란은 여성과 관련이 있고, 아무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찾아가는 이는 존재하지만, 그 곳에는 애초에 어떤 사람도 없다. 다만 대나무나 바람이 존재할 뿐이다. 어떤 구조의 '뒤'쪽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찾아가면 보이는 과거의 어떤 기억, 외로움의 앞모습, 공허한 공간으로서의 뒤란. 하지만 누군가를 기다리고, 찾아가는 뒤란. 그의 시는 뒤란 같은 것일지도. 꽤 오래 읽었다. 시의 맛이 자간과 자간사이, 행간과 행간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 숨겨진 끈을 하나하나 풀며 가는데 있긴 하지만, 뭐랄까 모르는 단어 하나도 없는데 끈의 끝을 찾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아, 가재미도 읽어야 하는데 걱정가득. 애달.. 2011.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