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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좀비들

by bravoey 2010. 11. 22.

단 4시간만에 반을 훌쩍 넘길만한 흡입력을 가졌다. 읽는자의 입장에서는 꽤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시종일관 어둠을 떠올리는 을씨년스러운 상상력, 좀비를 소재로 끌어낸 잃은 것에 대한 애틋함(?)이 잘 쓰여진 소설이었다. 그래, 잘 쓴 소설 정도로 평가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쓰는 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이만저만이 아닌 소설. 김중혁의 소설은 초반 몰입력이 상당한데, 뒤로 갈 수록 에구 이게뭐야, 이런, 앞에 비해 약한 뒷마무리가 늘 걸렸다. 펭귄뉴스도 그랬고. 뭔가 뒤쪽에서 주는 임팩트가 약하다. 스토리가 약한 것도 아니고, 구성에 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건, 아마도 작가가 가진 내공 때문일까. 뒤를 빡치는 힘이, 아쉽다.
그래서 쓰는 자의 입장에서 읽는 독서는 힘들다. 뒤를 빡치는 힘, 나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잘 쓴 소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왜 난 안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내공이다.
좀비들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대화의 풋풋함. 늘 대화없는 소설을 읽기 좋아하는 내게는 공부가 되었다. 난 왜 이렇게, 내 소설에 등장하는 대화가 어색할까. 홍혜정과 뚱보 130이 나누는 대화처럼 일상적인 대화가 소설 속에서 잘 어울러지는 것을 보고 공부를 좀 했다. 내가 너무 소설을 불편해 하지 않았나, 어려워하지 않았나 싶었다.
문장의 물방울이 몸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요즘이다. 계속 이렇게 후두둑 떨어졌으면 좋겠다. 아래의 문장처럼.
난 희망같은 거 몰라. 희망은 다른 사람이랑 공유하는거니까. 내 몸 속엔 욕망 뿐이야. 저 사람이 갖고싶다, 그런 욕망이 날 살게했어. 언젠가부터 그런 욕망마저 잃고 살았는데 너를 만나서 그걸 되찾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