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생각해본다.
치밀어오르는 불안함,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생각한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누구도 내게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불끈하고 일어나는 분노는
뭘까.

이런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것이 연유가 있는 분노인지, 불신인지
확신하기가 어려운 건
나에 대한 불안, 불확신 때문이다.

일의 흐름을 알고 있으면 이토록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잘 알고 있다면 더 그랬을 것 같다.
아직은 안개처럼 먼 곳이 보이지 않고
한치 앞 보이는 것들만 쫓고 있어 그런 것 같다.

안개가 걷히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그 시간을 견디기가 너무 어려워
하루하루 쩔쩔매는 것 같다.
동료들이 혹 나태하거나 포기하지 않을까
쉬이 판단하고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휘둘리는 것.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각오는 했지만 정말 힘든 시간이다.
부디 나중에는 다른 이야기가 쓰여지길.
나를 더 믿게 되길.
이 시간이 내게 주어진 이유를 깨닫게 되길.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별 간격 없이 흐르는 시간임에도
어떤 날과 어떤 날이 있었다 말할 수 있는 것,
낯선 감정을 연습하게 하는 당신 덕분에
사는 연습을 조금씩 하게 되는 것,

남들이 그렇게 새날이다 외친 들
그 날도 다른 빛깔의 어떤 날일 수 있는 것.

매일 다른 빛, 그대.
그대 내게 행복을 주시길.
매일 다른 행복을, 삶의 모양을 다르게 그려내도록.

가끔 아직 '사람의 인정'에 마음이 휘둘리는 내 모습을 본다. 사실 삼십대 초반, 상담과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그것을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하늘하늘거리는 커튼 뒤로 그 감정이 그림자를 드리울 때가 있다. 그래도 마음이 흔들리거나 폭식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맥주 한 캔 정도로 털어낼 줄도 안다.

내가 이만큼 해 온 것에 대한 자부심은 크지 않아도, 시간에 비례해 마음에 쌓인 자랑스러움이 있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하는 일이 엉망진창 내 멋대로 인 듯 보여도 잘 해왔다고 여기며 꼰대만큼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만큼이면 되었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 놈의 인정이 도대체 뭘까 싶은 순간도 많다. 보여주고 싶고, 해내고 싶은 그 저변에 깔린 다른이의 눈. 이만큼이면 되었다 생각하는 나보다 더 강력한 그 다른이의 눈. 그 커튼 뒤 그림자 같은 감정이 아직도 나는 밉다. 그냥 내가 하는 것 만큼만 해내며 살아도 괜찮을 삶이면 좋겠다. 다른 이의 눈 때문에 나 자신을 애써 바꾸려고 하고 내가 했던 행동들을 후회하며 폭식하는 악순환은 이제 그만.

이렇게 글로 써서 털어내자. 적어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줄 아는 여성으로, 엄마로, 친구로, 언니로, 활동가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쓸모없는가 고민하기보다 앞서 더 잘하는 방법을 나름 내 속도로 찾아가는 그런 사람으로 살기 위해 또 글을 쓰며 이렇게 털어내보자.

그래보자.

가끔 BRT를 타고 가야할 때, 킥보드를 챙긴다.
버스 타러 가는 길이 일단 멀기도 하고
걷는 것보다 씽씽 킥보드 타는 재미가 있어서다.
처음엔 아들내미랑 같이 놀려고 샀는데
이렇게 출근길 친구도 되니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바람이 찬 탓에 비명을 지르며 달린다.

버스에서 내려 대전역 건너편 골목길을 달리면
발로 디딜 때와 다른 땅의 굴곡, 오름과 내리막길,
바람의 흐름을 느낀다.
지하상가는 킥보드가 잘 미끄러져 좋다.
사람들의 오고가는 틈을 빠져나가며
사람들 속을 걷는 것의 어색함을 피해가기도 한다.

다리는 아파도, 코가 시려도
바람과 친구되는 속도의 찰나들이
신선하고 유쾌하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진작 해보지 못했을까? 뭐가 진짜 재밌는 거라고 생각했을까 싶다. 

그냥 생활 속에서 이런 재미들을 찾아가며 살면 되는 것을. 

이제 반 남은 인생일까? 재미난 거 해보고 살자.


​​


워밍업 출근을 시작했다. 동료들은 여전했고,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약간 거리가 있어 돕는 정도의 역할이지만 크게 모르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선 기분은 역시 내 쓸모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그저 하던 일을 또 엉망이지만 해나갈 수 있기에 다시 가는 걸까, 그러기엔 내 비용이 너무 크지 않나.

나는 우리 조직에서 가성비가 좋은 인간인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직장에서 가성비를 따지자면 우리 일은 못하겠지만, 도태되고 꼰대같은 선배로 다시 들어가 잔소리를 하고 있진 않은지가 걱정이다.


얼굴이 맑게, 오래 뵌 선배를 오랫만에 다시 만났다. 별로 교류하고 살진 않지만 그래도 살갑게 아는 척은 할 수 있다. 

과거에 무슨 일을 같이 했던 듯 한데 기억은 안난다.

다만 세월이 눈처럼 쌓인 모습에도 고운 얼굴이 왠지 든든하고 눈물나고 그랬다.

나도 그런 선배가 되어, 많은 이들을 지원하고 내 쓸모를 다할 수 있을지 고민되었다.


첫번째 복직은 그저 일이 하고 싶었는데, 두번째 복직은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40이 눈 앞. 별 다른 숫자겠냐마는 그래도, 떨리는 일이다.

난데없이 캠핑을 가자고 신랑과 맘이 통해 텐트를 덜컥 질렀다. 텐트를 사기 위해 눈이 빠져라 검색 또 검색. 결론은 돈 많으면 좋은 거 사면 된다.ㅋㅋ 우리는 돈이 없어서 머리를 굴리고 굴려 적절한 것으로. 32만원에 타프쉘과 원터치텐트까지 득템. 하아... 

산너머산. 이거 하니 또 밥은 어떻게 해먹냐. 버너, 코펠 검색하니 돈돈돈이다. 이러고 제주도는 벌써 50만원 지르심. 제주도 가지 말고 캠핑용품이나 더 살걸 이러고 있다는. 

암튼 검색에 검색을 더한 결과, 부부와 어린아이 조합에는 리빙쉘 타입이 좋긴 하나 가격이 천차만별에 싼 건 그닥 오래 못 쓰겠다 싶어 타프쉘 중 평이 좋고 가격대가 그래도 우리 형편에 맞는 것을 찾아찾아 #레펙스 타프쉘 로 결정! 

예쁜 컬러는 아니지만 컬러는 무슨. 애들에 텐트에 뭔 짓을 할지 훤히 보이는데 무조건 어두운 색으로. 약간 갇혀야 잠을 잘 자는 나의 특성을 고려해 사방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큼지막한 아이로. 레펙스는 무엇보다 가격이 착한 편인 듯 하다. 평도 가성비 좋다로 나오고. 단 여름에 무척 덥다고 하나... 여름엔 안 갈거니까 ㅋㅋ 

돈도 안 버는데 이러고 있자니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지금 이 시간은 다시 안 온다는 생각으로. 이제 어디로 갈지 좀 정해보자. ㅋㅋㅋㅋ

바람이 제법 오롯하게 지나간다.
가을의 바람은 어느 한 시절을 겪어낸 청춘의 마음 같다. 여름의 철없음이 무르익어 오는 것처럼, 뜨거움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회한과 그리움처럼.

청춘의 어느 절기, 30대의 한 시대를 겪고
이제는 청춘이라고 부를만한 그 시대가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 내 속은 풋내나는 배추처럼 여리고 어리석다.
가는 시간의 중력을 견디는 것조차 버거운 그런 시기.
그래도 가을은 언제나 오롯이 나를 맞는다.

이 가을이 가고 다음 가을도 이전 가을도 항상 그랬을 것이다. 나만 늘 속절없다 여기며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여전히. 하품을 하며 무심히 지나가버린 시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지도.

비록 그럴지라도,
가을은 늘 오롯하길.
뒤틀려가는 내 삶을 어느 때라도 부드럽게 타이르며
제자리를 찾도록 그렇길.

두번째 육아휴직이 8월로 끝났다. 원땡이는 잘 크고 잘 노는 편이어서 한결 여유있게 키운 것 같다. 내가 엄마지수가 상승한건지도 모르고.

이제 복직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지만, 반면 다행이기도 하다. 돌아갈 곳 없이 아이만 키우는 건 나에게 별로 이롭지는 않으니.

커가는 아들들 모습이 아쉽지만, 아쉽다고 얼마남지 않은 내 인생을 그냥 흘러보낼 수는 없고

나이 40을 앞두고 조금 더 길게 삶을 바라볼 시기가 다가오기도 했다.


이런 일, 저런 일 있지만 큰 일은 없이 살았으면 싶다. 그럴 수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ㅋㅋㅋ

벌써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 동네가 알아낸 슬기,
사람이라는 조건에서 비롯하는 슬픔과 기쁨을 고루 나누는 것.
그래 봐야 사람의 조건이 아직도 풀어 나가야 할
어려움의 크기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이 이루어 놓은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이루어야 할 것에만 눈을 돌리면,
그 자리에서 그는 삶의 힘을 잃는다.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을 한눈에 보여 주는것--- 그것이 '죽음'이다.

- 최인훈, 광장 중에서

당신이 풀어야 할 일은 사람들이 떠들던 그 일이 아니었을 것.
걸어온 길, 앞으로 가야만 하는 길, 만들어 가고 싶던 세상, 동지들. 그 일들이 아마 절절하게 눈 앞을 채웠을 것.
이제 그 일은 사랑하는 동지들, 죽음 앞에서도 걱정하고 그리워한 그 동지들이 해낼 것.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같은 날 세상에 인사한 최인훈 선생께서
중립국으로,
평화와 현실의 환상 따위 없는 평안 넘치는
그 중립국 가는 길목에서
한마디 위로 건네주시길 바라며...

전세계인이 재밌다고 극찬해 조엔 롤링여사를 돈방석에 앉힌 그 해리포터를 

사십세 다 되어 읽는데

무진장 재미가 없는 것은 왜인가.

나는 드디어 늙었나보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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