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설수록 멀어지는 지평선처럼 단지 접근 불가능한 절대 고독의 근원 혹은 알 수 없는 전망의 바탕을 암탉처럼 품고 있는 길.

험하거나 평탄한 길들이 안겨주는 가장 값진 선물을, 놀랍게도 예정된 결말이나 확신에 찬 기대를 가차 없이 저버리는 뜻밖의 경험이다.

해피엔드로 끝나기 마련인 싸구려 영화와 달리 어떤 길이든 늘 아직 때가 이르지 않는 출발 혹은 이미 지나쳐버린 종말을 들키고 싶은 비밀처럼 감추고 있다.

뒤늦게야 조수 겸 아내인 착한 젤소미나를 잃고 만취한 채 바닷가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차력사 짐파노의 속최이든, 감옥에 간 자신을 기다리다 못해 배고파 외간남자에게 몸을 판 아내의 불륜을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고향 가는 눈길 속에서 죽어가게 한 남편 세이트알리의 절규이든,

결코 원하지 않았을 그 사태들조차 들판 지나 산맥을 넘어가는 전선들처럼 또 다른 비밀의 정점으로 길게 뻗어 있다.

지금 내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한계 또는 방랑이 또 다른 출발의 경계라는 듯 내륙의 길이 끝나는 곳에 물길이, 물길이 다하는 곳에 하늘의 길이 다시 한 번 미지의 지상과 길게 입맞춤하고 있다.

한사코 길을 그리워할 따름인 길들이 길과 만나지 못하면 결코 길이 아니라는 듯 힘든 처방의 이정표처럼 서성거리고 있다.

"우리가 충분히 배우고 우리의 눈과 귀를 충분히 연 경우 언제든 우리의 영혼은 더욱 유연하고 우아하게 된다"
- 니체

충분히 배우기 위해 감수할 것들이 많다.
대부분 내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일희일비 하지 말자.

마더 테레사가 운영하던 인도 캘커타의 어린이집 벽에 새겨있는 글이다.

1. 사람들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람들을 사랑하라.

2. 당신이 착한 일을 하면 사람들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3. 당신이 성공하게 되면 가짜 친구와 진짜 적들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성공하라.

4. 오늘 당신이 착한 일을 해도 내일이면 사람들은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5. 정직하고 솔직하면 공격당하기 쉽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게 살아라.

6. 사리사욕에 눈 먼 소인배들이 큰 뜻을 품은 훌륭한 사람들을 해칠 수 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라.

7. 몇 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도 탑을 쌓아라.

8.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덤빌 수도 있다.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라.

9.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헌신해도 칭찬을 듣기는커녕 경을 칠 수도 있다.
그래도 헌신하라.

10. 사람들은 약자에게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결국에는 힘 있는 사람 편에 선다.
그래도 소수의 약자를 위해 분투하라.

곰곰히 생각해본다.
치밀어오르는 불안함,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생각한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누구도 내게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불끈하고 일어나는 분노는
뭘까.

이런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것이 연유가 있는 분노인지, 불신인지
확신하기가 어려운 건
나에 대한 불안, 불확신 때문이다.

일의 흐름을 알고 있으면 이토록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잘 알고 있다면 더 그랬을 것 같다.
아직은 안개처럼 먼 곳이 보이지 않고
한치 앞 보이는 것들만 쫓고 있어 그런 것 같다.

안개가 걷히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그 시간을 견디기가 너무 어려워
하루하루 쩔쩔매는 것 같다.
동료들이 혹 나태하거나 포기하지 않을까
쉬이 판단하고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휘둘리는 것.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각오는 했지만 정말 힘든 시간이다.
부디 나중에는 다른 이야기가 쓰여지길.
나를 더 믿게 되길.
이 시간이 내게 주어진 이유를 깨닫게 되길.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별 간격 없이 흐르는 시간임에도
어떤 날과 어떤 날이 있었다 말할 수 있는 것,
낯선 감정을 연습하게 하는 당신 덕분에
사는 연습을 조금씩 하게 되는 것,

남들이 그렇게 새날이다 외친 들
그 날도 다른 빛깔의 어떤 날일 수 있는 것.

매일 다른 빛, 그대.
그대 내게 행복을 주시길.
매일 다른 행복을, 삶의 모양을 다르게 그려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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