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곱다. 고운 가루처럼 소리없이 스르르 흩어져간다. 이제 2010년도 한 달이다.
1분, 1시간, 하루, 1년.
시간이 그렇게 쉬운 적이 있었던가. 가는 시간의 소리를 들으며, 사라져가는 내 생명의 침묵도 함께 듣는다.
추운 자취방에 앉아, 시린 손을 부벼가며 쓴 소설 한 편.
시린 손에서 쏟아져나오는 자음과 모음들을 잘 여며 문장을 만들었다. 밤마다 시린 가슴으로 썼다.
자꾸 주름이 늘어가는 스승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한다. 늘 내가 소설을 쓰길 바란다고, 그 얼굴로 말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글쓰기가 내 천직인 것은 알지만, 현실 또한 내게 버겁다.
대학시절 빠졌던 채만식, 그의 소원은 '닭을 한 세마리 쯤 삶아먹고 원고지를 잔뜩 사서 글을 쓰고 싶은' 것이었다는 말에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웠었다. 그토록 절박하게 그를 잡아끈 문학이, 문학 때문에 배고플 수 밖에 없던 그의 삶이 무겁고 무거웠다.
내가 두려운 것은 배고픔이다. 아니다, 글을 써야 살 것 같다는 절박함이 두렵다. 배고픔을 잊고, 그것 하나만 보게 할까봐 두렵다.
두려운채로 그저 써내려간다. 시간에 그 두려움을 한글자, 한글자 실려보내며. 다 잊을 때까지.
당신 덕분이다. 그 말이 하고 싶다.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가난한 문장에 힘이 실렸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12월에 그런 기회가 생길런지. 애꿎은 잠으로 닿지 않던 기회가, 다시 생길런지.
日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