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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육식이야기

by bravoey 2011. 2. 14.

매혹 (魅惑) : 남의 마음을 사로잡아 호림

육식이야기에 실린 단편들의 일관된 주제는 '이성이 용납하지 않는 매혹에 대한 탐구'라고 생각했다. <육식이야기>를 비롯해서 <기름바다><밀감><야푸족의 언어>는 매혹에 도취된 <즈벡>상태의 이야기들이 끈적하게 펼쳐진다. 오직 상상력으로 매혹에 대한 여러가지 시각을 드러냈다. 이성의 칼날이 있다면 아마 어디다 꽂아야 할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툭툭 던져지는 이야기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선은 주로 이성적이다. 그리고 그 이성은 매혹당하거나 용납한다. 자아와 자아의 분열에 대해서도 인상적이다. <아르헨티나 주교>나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의 경우가 그렇다. 한 영혼이 두 개의 자아를 낳고, 두 개의 자아는 두 개의 영혼으로 나뉜다. 매혹은 믿음이다. 확실하게, 이성으로 매혹을 판단할 수 없다. 그대로 즐기는, 자기를 향한 온전한 집중이다. 최소한의 도덕, 윤리를 따진다면 재미없다. 매혹은 그래서 매혹이다.
매혹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보니, 경계한다. 아, 왜 그럴까.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홀리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책으로 빠져들면 왠지 현실과의 괴리감에 답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 한가득이다. 나는 태어나서 내 이성 너머에 홀려본 적이 별로 없던 것 같다. 언제나 현실, 이성의 영역이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안주해 버렸던 것 같다. 아니, 요즘은 어쩌면 조금씩 그 영역 밖으로 한 발자국 떼는 것도 같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면, 내 자리가 보이는. 아르헨티나 주교와 같이, 지난 내 시간이 과연 정말 나였던가 싶은 흔적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 책, 정말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