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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by bravoey 2011. 3. 17.

 

그저께, 리영희 선생 대담집 <대화>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2주의 시간을 잡고 한 꼭지씩 곱씹으며 읽었다. 원래 자서전류의 책에는 약한 편인데, 이 대담집은 어른의 옛날 이야기를 듣듯 아련하게 읽었다. 그리고 그의 삶에서 역사를 다시 생각하고, 글쓰기의 매력과 고통을 알았고, 이성의 힘에 대해 깨닫는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릎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675p

진정성을 담고 또렷한 이성의 힘으로 변화를 이루어가던 그의 삶은, 진실 그것만을 추구했기에 더 존경스럽다.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시작된 '이성의 삶'은 왜 그가 글쓰는 것이 고통이라 말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왜 쓰는가를 질문하는 나에게 그는 또렷하게 '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누구를 위해서냐라는 질문에 네 것이 아닌 이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이웃을 위한 진실을 말한다. 그래서 그는 글쓰기를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고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정의 그 자체를 위한 행위이다.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의식'이 없으면 그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리영희 선생의 천성적 저항의식, 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기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부분이었는데, 기자 뿐 아니라 운동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식이나 정보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내재된 저항의식이 없다면 아무리 잘나도 운동가로서 활동하기는 어렵다. 운동가는 '의식'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고 지식을 대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 근본에는 사회구조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의식이 틀림없이 내재되어 있다. 이을 통해 일하고, 성장한다.
MB시대에 이 저항의식은 누구라도 더욱 커진 것 같다. 불합리, 분노라는 연료를 통해서 더욱.
하지만 불합리와 분노- 저항의식을 뛰어넘어 '행동'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어떻게, 어떤 행동을 만들어 내는가. 커다란 숙제. 소비에 물들지 않고, 평화로운 삶의 행동들을 잘 모아보고 싶다. 이런 행동들이 내 운동에서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나는 그저 고참들의 길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당장의 어떤 것이 아닌 더 크고 긴 호흡으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그 길이 되어야 겠지.

리영희 <대화>에서 가장 놀라운 사람은, 리영희 선생의 아내 윤영자. 지독하게 이성적이고, 정의를 추구한 남편과 함께 시대를 살아내고, 희생했으며, 또한 그 남편의 사랑을 받은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척 고생스럽고 여자로서 힘든 날들이었겠지만, 나는 그 분 또한 아마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씩씩한 여성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남편을 얼마나 이해하고, 어떤 방법으로 사랑했을까 궁금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만나고 싶다. 그 분을.(이제 리선생님은 못뵈니...ㅜ.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가슴이 설레었다. 그리고 그 말이 떠올랐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살고, 쓰고, 사랑했다. - 스탕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