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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미스터 모노레일

by bravoey 2011. 8. 8.

김중혁 은근히 좋아한다. <펭귄뉴스>, <좀비들> 그리고 이 책까지. 비록 상받은 작품들은 하나도 안 읽어봤지만, 김중혁은 '진지하지 않아서' 좋다. 가볍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벼운 것과 진지한 것은 다르니까. 모노라는 주인공이 발명(?)한 '미스터 모노레일'이라는 게임과 '볼교'를 이야기거리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정말 공이 '통~'하고 튀듯 흘러간다. 복잡할 것도 없이 한참 질주하는 이야기 속을 함께 달리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하루만에 읽었으니 속도감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한없이 달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멈칫하게 만드는 말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뭐, 사실 별로 진지한 말은 아니다. 그냥 이런 분위기에 무슨 말이야 싶은 말이다.

게임이란 말야, 어떤 일을 누가 더 잘하는가를 겨루는 게 아니라 제한된 환경 속에서 누가 오랫동안 살아남는가를 겨루는 거라고 할 수 있어 (12p)

주사위 게임의 기본 법칙은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사위 게임에서 이기려면 진정으로 지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 로버트 그레이브스 (65p)

인생이 순간의 선택에 의해, 운명을 결정한다는 마치 게임같은 것 아니냐는 작가의 메아리가 들린다. 누가 주사위를 던져주지 않는다. 오로지, 참 외롭게도 내가 던지고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참, 멋진 일이구나!
이런 소설 가볍잖아, 하기 전에 이런 소설이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에 엿같이 턱 달라붙는다. 상상력 발휘해서 글쓰는 연습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하려면 얼마나 많은 지식과 생각의 갈래들이 필요한지, 어설프게 상상했다가는 우습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 뿐인지를. 그래도 한가지, 나의 '상상'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작가는 무한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그의 시크한 프로필 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나에게 용기를 준 김중혁 작가에게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