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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나쁜 꿈

by bravoey 2012. 1. 18.
분명히 내 방이었다. 방바닥에 먼지와 머리카락, 쓸모없는 영수증이 수북했다. 치워야겠다고 생각하는데 한쪽 구석에서 검고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기어나왔다. 곧 죽을 모습이었다. 털은 더럽고 거칠었다.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들고 있던 무엇인가로 고양이 머리를 내려쳤다. 피했다. 두번이나 피하고는 내 주변을 맴돌았다. 그 눈빛이, 곧 죽을 모양인 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무서웠다. 죽였어야 했다. 머리를 내리쳐서 없애버려야 했다. 그래서 그 먼지들과 함께 내 방을 깨끗이 치웠어야 했는데 결국 꿈에서 깨버렸다.

깨어나니 심장이 쿵쾅대고 뛰고있었다. 새벽 3시. 울음이 올라왔다. 고양이 머리를 내리치려던 잔인함이 아직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나를 노려볼 때 느껴졌던 공포가 아직도 온 몸에 느껴졌다.

언제나 버릴 수 있을까.
내 머리에 떠오른 문장이었다. 그 고양이는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늘 드러날까 조마조마한 내 어두운 모습을, 고양이가 대신한 것일지도. 그래서 나는 죽여버리고 싶었을지도. 제발 좀 떠나라고. 어디가서 죽어버리라고.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나를 완전히 보여줄 자신이 없다. 그랬다간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다.
결코 즐길 수 없는 절박함. 마음에 또 안개가 끼는 것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