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日記

잠꼬대

by bravoey 2012. 3. 19.

환상속의 그대   오랫만에 들어보고 싶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서태지 노래가사는 잘 안 잊혀진다. 어릴 때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나오면 나도 모르게 줄줄이 따라부르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그 때 내 모습을 환멸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곤 했다. 나는 왜 못생기고 크기만 한지,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 생각할 수록 현실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환멸만이 가득했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뭔가 투지가 솟아올랐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고,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 아니라고. 피하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라던 그 말이 나를 현실과 싸우게 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생각만으로도 그 현실을 '견딜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현실보다 더 나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그 환상이 다시 내게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꾸 뭔가에서 깨어나는 내 모습을 본다. 현실과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내 모습을.

통속   사랑은 통속적이다. 비전문적이고 대체로 저속하며 일반 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런 종류다. 사랑 뿐만이 아니라 사랑과 연계된 많은 것들도 대개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통속적인 사랑을 말하고 섹스를 하며 결혼도 한다. 그 세상을 살아가는 나도 결국 통속적인 인간일 뿐이다. 내 사랑은 통속적이지 않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그냥 책 어딘가에서 읽어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닫게 되니 착각인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닫고나니 참, 새로울 것이 없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 속 사랑은 얼마나 새롭겠는가 싶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통속적인 사랑, 통속적인 세상을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면 '의지'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의지마저 없다면 그냥 그런 통속적인 사람으로 남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어떤 의지를 가져야 할까. 어떤 의지가 있으면 사랑이 새롭고, 사람이 새로워질까. 사랑 덕분에 새로운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