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연애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불만이 하나 있었다.
함께 있기 위해서는,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돈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사실.
매번 만날 때마다 만원씩, 이만원씩 내는데 서로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라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여성근로자 아파트에, 남친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처지라 집에서 차마시고 밥 해먹기도 어려운 상황.
분노스러웠다, 돈을 써야만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리고 이틀 전 100일을 맞아, 이 나이에 100일 맞이 꼴값을 떨어보기로 했다.
돈 한 푼 쓰지 말고 우리끼리 멋지게 100일을 기념하자고.
그래서 우리는 산호여인숙 베란다를 빌렸다. 주인님이 촛불과 꽃 화분도 예쁘게 준비해주셨다.
그리고 각자 할 수 있는 악기가 있으니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연주를 각자 했다. 서로 막 틀려가면서 꾸역꾸역 연주했다.
저녁밥은 없는 요리실력을 발휘해 도시락을 쌌다.
촛불을 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썩 달라지는 건, 정말로 없다. 나이들어서 뭔가 달라질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그렇지만.
하지만 꽉 찬 듯, 허전하지 않은 이 마음은 참 좋으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보다 더 기쁜 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