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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빌라 아말리아

by bravoey 2012. 6. 8.

 

읽는 내내 꽤 곤혹스러웠다. 이걸 더 읽어나가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없이 정체되어 있는 안 이덴의 삶이 와 닿지 않았던 것은, 지금 내 삶의 어떤 부분과 어긋나서 였을까? 조각조각난 문단들 사이에 내가 이해하지 못할 구멍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도, 의미도 조각조각 이었다.


“그녀는 지아 아말리아의 집을, 테라스를 만(灣)을, 바다를 열정적으로, 강박적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모든 사랑에는 매혹하는 무엇이 있다."


아말리아의 집은 그녀에게 '보루'같은 것이길 바랬을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보루는 없었다. 한없이 떠도는 먼지처럼 그녀는 어디에든 묻어 살고 싶었지만 지나친 집착으로 불안을 만들어냈다. 그런 삶은 또 다른 형태의 불안 - 아끼던 이들의 죽음으로 파생된 것이 아닐까. 

안개같이 투명할 것 같지만 한치 앞도 정확하지 않은 안 이덴의 삶은 보는 내내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안하지만 다시 읽고 싶지 않은 불안함이다. 

책장이 가득 꽂혀있는 파스칼 키냐르의 책들이 나를 보고 있는데 이미 이 책 하나로 넉다운이 되어버렸다. 은밀한 생도 만만치 않다던데...

어떤 책이든 이제부터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멀어졌다, 소설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머뭇거리는 나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