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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나로 돌아오는 시간

by bravoey 2014. 3. 26.

밝은 날이 어두워지고 아이가 잠들면 비로소 나로 돌아오는 것 같다. 아이가 잠들기 전, 나는 내가 아닌 듯 하다.

어둠과 함께 걱정이 밀려든다. 오늘도 이렇게 갔구나, 오늘도 이렇게 가버렸구나.

달력을 펴들고 뭐라도 더 할만한 일이 없을까, 내일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특별히 다른 일은 없다. 일은 만들어야 생긴다. 전에는 일이 만들어져 있어서 열심히 했었는데.

 

전에는 그렇게 아무일도, 아무것도 없던 시간이 그리웠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허무하고 바삐가는 것만 같을까.

뭔가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그림자처럼 하루종일 따라다닌다.

육아도 일이라고 많은 이들이 말하지만 아이는 그저 크는 것만 같다.

 

정말 여행이라도 가야할까.

다이어리를 펴고 어디 무슨 일이 없을까 찾아본다.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는 일이 가장 하고 싶지만 지금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써보자 생각해봤는데 모두 혼자서 하는 일이더라.

 

시간이 흘러 이제 4월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이가 태어난 그 9월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닌 듯, 원래의 나로 돌아가야 할 것처럼 시간이 뒤엉켜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