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복직울렁증'으로 우울모드였다.
막상 복직할 때는 후원행사 하나만 하면 되니까 그냥저냥 정신없이 보냈는데, 12월 들어서면서 각종 평가와 기획, 내년 총회준비와 새로 맡게될 사업들이 몰려들자 심장이 벌렁벌렁하기 시작했다.
하다보면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별로 없으니 걱정만 산더미다. 야근이나 집에 가서 일하기는 어렵다. 집에 가서 담영이를 만나면, 내가 하루종일 애랑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일이라니... 하며 정신없이 밥 먹이고 놀다가 기절하니 일은 무슨!...
울렁증은 일할 때보다 쉬는 날이 더하다. 내가 뭔가를 더 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압박감.
더 큰 문제는 아직 닥치지도 않았음에도 꼬리를 물어가며 하는 걱정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은 열심히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면서 감정의 파도를 넘실넘실~ 남편이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고 물을 정도다.
새로 맡게될 사업계획 제출하라는 소식에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인수인계 과정에서 조정할 일들을 자꾸 머리 속에서 안 좋은 방향으로 그리는데 아주 환장할 노릇이었다.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출산하고 나서 쉬는 동안 일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심지어 방에서 담영이 안고 막 울고 있었다는... 휴직하기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막 울고 나서 하루가 지나니 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안으로 밝은 빛을 받아들이고 밖으로 밝은 빛을 내보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가진 두려움 말고 밝은 빛
10년차 저력과 경험,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어.
더 많은 일을 다른 사람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어.
일이 아니라 사람을 믿고, 안고 가는게 운동이야.
내가 조절해야 하는 건 상황보다 먼저 내 감정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좀 가라앉혔다.
함께 일할 사람들의 찡그린 모습만 생각했었는데,
반대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내 두려움의 근본은 '관계'였다.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
날 나쁘게 생각하면 어쩌지, 그런 것도 못한다고 깔보면 어쩌지 하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이런 생각에 휩싸여 흑흑...
나 정말 이런 사람 아니었던 것 같은데 흑흑...
신랑 회사일하는데 놀러와서 우리 부서 사업평가서를 쓰다가
갑자기 급 마음털기를.... (뭐하는 거임?)
마음 잘 추스리고 내일부터 눈에 불 확 켜고 일해야겠다.
근데 신랑네 회사 컴퓨터 엄청 좋다.
인터넷과 문서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멋진 모니터 두 대.
머리까지 받쳐주는 편안한 의자.
각종 간식이 다과실에 쌓여있다.
쳇, 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