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日記

복직울렁증

by bravoey 2014. 12. 28.

요즘 '복직울렁증'으로 우울모드였다.

막상 복직할 때는 후원행사 하나만 하면 되니까 그냥저냥 정신없이 보냈는데, 12월 들어서면서 각종 평가와 기획, 내년 총회준비와 새로 맡게될 사업들이 몰려들자 심장이 벌렁벌렁하기 시작했다.

하다보면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별로 없으니 걱정만 산더미다. 야근이나 집에 가서 일하기는 어렵다. 집에 가서 담영이를 만나면, 내가 하루종일 애랑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일이라니... 하며 정신없이 밥 먹이고 놀다가 기절하니 일은 무슨!...
울렁증은 일할 때보다 쉬는 날이 더하다. 내가 뭔가를 더 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압박감.

더 큰 문제는 아직 닥치지도 않았음에도 꼬리를 물어가며 하는 걱정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은 열심히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면서 감정의 파도를 넘실넘실~ 남편이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고 물을 정도다.


새로 맡게될 사업계획 제출하라는 소식에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인수인계 과정에서 조정할 일들을 자꾸 머리 속에서 안 좋은 방향으로 그리는데 아주 환장할 노릇이었다.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출산하고 나서 쉬는 동안 일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심지어 방에서 담영이 안고 막 울고 있었다는... 휴직하기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막 울고 나서 하루가 지나니 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안으로 밝은 빛을 받아들이고 밖으로 밝은 빛을 내보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가진 두려움 말고 밝은 빛
10년차 저력과 경험,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어.
더 많은 일을 다른 사람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어.
일이 아니라 사람을 믿고, 안고 가는게 운동이야.
내가 조절해야 하는 건 상황보다 먼저 내 감정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좀 가라앉혔다.
함께 일할 사람들의 찡그린 모습만 생각했었는데,
반대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내 두려움의 근본은 '관계'였다.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
날 나쁘게 생각하면 어쩌지, 그런 것도 못한다고 깔보면 어쩌지 하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이런 생각에 휩싸여 흑흑...
나 정말 이런 사람 아니었던 것 같은데 흑흑...

신랑 회사일하는데 놀러와서 우리 부서 사업평가서를 쓰다가
갑자기 급 마음털기를.... (뭐하는 거임?)
마음 잘 추스리고 내일부터 눈에 불 확 켜고 일해야겠다.

근데 신랑네 회사 컴퓨터 엄청 좋다.
인터넷과 문서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멋진 모니터 두 대.
머리까지 받쳐주는 편안한 의자.
각종 간식이 다과실에 쌓여있다.
쳇, 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