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네에 있는 유치원에 방문했다.
담영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이제 졸업반인데다 거리가 멀어서 옮기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참이었다.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다닐 때도 느낀 거지만, 꽤 씁쓸한 일이다.
평이 좋은 어린이집은 사람들이 몰려서 대기자수가 엄청났다. 어린이집 상황이 워낙 다 다르고 평가도 달라서 평균적으로 괜찮은 곳을 찾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웹사이트나 맘까페, 전화와 방문을 거쳐 몇 군데를 선정했고 대기를 걸었다. 하다하다 지쳐서 그냥 사무실 근처 평가 괜찮은 곳을 대기로 걸어두고 안되면 말라지 하는 심정으로 일하는 중에 전화가 왔다. 그곳이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이고, 아주 괜찮은 기관이었다. 다행이도.
집 근처 어린이집도 사실 고민 끝에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찾아간 곳이다.
아이가 자연에서 뛰놀며 자기가 자라는 속도에 맞게 좀 더 창조적인 활동을 하면서 유년을 보내면 좋겠다 생각한다.
뭔가 학습을 시키며 유년을 보내고, 초등학교부터 계속 공부공부.
나는 그런 학교생활이 전혀 재미있지 않았으면서 아이에게 뻔히 보이는 길을 가게 하는 게 참 싫었다.
꽃피는 유치원이나 대전과 세종의 숲유치원들은 일단 사람이 워낙 몰린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거리가 멀다. 공주 외딴 곳에 있고 차량이 집 앞까지 오는 것도 아니다.
나처럼 직장도 멀고 일하는 엄마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친정이고 시댁이고 비빌 언덕 없는 엄마들은 못 갈 꿈의 유치원.
휴직 중이기는 하나 복직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집 근처가 그래도 현실적이겠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내고 5분 거리 유치원을 방문하게 된 거다.
정말 아무 기대를 안하고 두 가지만 생각했다. 먹을거리 제대로 쓰는지, 애들 많이 놀게 하는지.
다행히 먹거리는 지역 생협을 연계해 이용했고 전용 숲놀이터가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숲놀이를 간다고 해서 우선 입학원서를 썼다.
근데 정말 그것 빼고는 고민이 많아지는 부분이 많았다.
하루에 영어 30분씩 하고 한 반에 20여명의 아이들을 선생님 2명이 케어하는 점.
숫자, 한글, 독서, 미술 등등 학원인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뭘 그렇게 많이 시키는지.
온갖 체험학습들은 굳이 저런 걸 시켜야할까 우려스러운 것들이었다.
남편은 뭔가 많이 해주면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냥 월 50만원이라도, 형편에 맞지 않아도 숲유치원에 보낼까 입학원서 쓰면서 잠깐 펜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에 그런 게 있었다. 안도감 같은 거.
그래도 뭘 많이 해주니까 돈도 아깝지 않은 것 같고, 어차피 아이가 알아야 할 것인데 나쁘진 않겠다는,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지지 않으면 안심이라는 생각이 딱 보였다.
한글 구구단 이런 거 몰라도 되, 마음껏 뛰어놀렴 하는 생각은 돈과 현실 앞에 간단히 무너져내리고.
그 생각이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면 돈과 현실을 뛰어넘었어야 하는데.
내 안에 속물근성이 보여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를 숲유치원 보내고 싶은 것도 사실은 내 안의 속물근성.
그래도 환경운동하는 엄마가 애 숲유치원 정도는 보내야지,
내 아이는 특별해야지 하는 생각.
거기 보내놓으면서 또 안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다.
결국 생각해보면 아이를 어디로 보내든 결국 나는 내 만족을 위해 아이의 길을 끌고 가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엄마랑 집에서 노는 게 좋다는 담영이의 말을 듣기는 하지만
엄마 힘들어 하고 속으로 말하며 어린이집이 더 재밌다고 말하는 나.
아이와 하루종일 놀 자신은 없는 나.
담영이를 어디에 보내느냐 고민하기보다 먼저
나 스스로 담영이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들어줄 엄마인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건 어쩌면 자식을 가진 엄마의 평생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제 속도에 맞게 살도록 도와주는 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줄 아는 아이로 자라도록 말이다.
토요일에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인데 좋은 친구들을 우선 만나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가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다.
유치원 본격적으로 다니기 전까지 엄마랑 아빠랑 재미있게 실컷 놀다가 가게
계획도 잘 짜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