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방 끝에 결국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새만금의 생명통로가 서서히 막혀가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시일을 앞 다투어 진행되는 상황에 새만금 보전의 필요성을 지적한 환경부 보고서가 정부에 의해 공개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언론보도가 있었다.(한겨레, 2월 15일자)
새만금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물막이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람사총회유치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습지를 파괴하는 공사를 국책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것
습지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그 중 람사협약에서 정의하는 습지는 자연적 또는 인공적, 담수나 염수에 관계없이 소택지, 습원 등을 말하며 간조시에 수심이 6m를 넘지 않는 해역을 포함한다. 개펄, 호수, 하천, 양식장, 해안, 산호초도 습지에 포함된다. 이렇게 볼 때 지구 면적의 6%정도가 습지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부분 습지라고 하면 그저 고여 있는 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적지 않다.
습지는 물을 정화시키는 필터역할을 한다. 물이 습지에서 지하수층으로 이동할 때 녹지 않는 물질을 여과시키고 지하수로 이동된 물은 다시 습지로 유출되어 표면수가 된다. 그리고 수온이나 수량의 변화가 적어 생물의 안정된 생식 환경이 된다. 또 건기가 있는 지역에서는 그 시기의 습지(하천)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어류 등의 수서 생물의 생존이 가능하여 어업자원이나 생명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다.
습지의 물은 생물에게는 영양창고나 다름이 없다. 풍부한 영양을 함유한 물은 하류나 연안으로 운반되어 생물의 생산력을 높이고, 생물의 다양성은 이 유기물에 의지하고 있다.
또 홍수가 발생할 경우 늪의 식물들이 물의 흐름을 지연시켜 수량의 변화를 조절해주고, 남는 물은 축적하는 저수지의 역할을 한다. 늪의 물은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공업용수로도 이용되고 있다.
아이들의 자연교육 일환으로 습지를 찾아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잘 알 것이다. 습지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아이들에 눈에 얼마나 아름답고 신기하게 비춰지는지.
우리나라의 습지
현재 우리나라 습지보호지역은 7군데가 지정되어 있다.
지역명
위치
면적
특징
지정일자
계
7개지역
80.007
환경부 지정(6개소, 44417㎢)
낙동강하구
부산 사하구 신평, 장림,
다대동 일원 해면 및
북구 명지동 하단 해면
34.20
철새도래지
’89.3.10
대암산
강원 인제군 서화면 대암산의 큰용늪과 작은용늪 일원
1.06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습원
’89.12.29
(’97.3 람사등록)
우포늪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대지면 일원
8.54
우리나라 최고의
원시자연습
’97. 7.26
(’98.3 람사등록)
무제치늪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일원
0.184
희귀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산지습지
’89.12.29
물영아리
오름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읍
0.309
기생화산구
’89.12.29
화엄늪
경남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0.124
산지습지
’89.12.29
해양수산부 지정(1개소, 35.59㎢)
무안갯벌
전남 무안군 해제면, 현경면 일대
35.59
생물다양성 풍부
지질학적 보전가치 있음
2001.12.28
* 자료출처 : 자연을 닮은 환경해설가를 위한 강의자료집(인천녹색연합)
우리나라 최초로 발견되었고, 우리나라 산지늪으로 유일하게 람사습지협약에 등록된 대암산 용늪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층습원으로 다양한 유전자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늪에 존재하는 희귀 동․식물간의 유전자 교류가 넓고 원활하기 때문이다. 천성산 근처의 화엄늪 또한 희귀 동․식물의 군락을 이루고 있다. 늪 주변에는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등의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습지들은 건설사업으로 인해 파괴될 위험에 처해있다. 철새도래지이기도 한 낙동강 유역에는 명지대교 건설로 인해, 화엄늪과 무제치늪이 위치한 천성산에는 경부고속철도 건설로 인해 파괴될 위험에 처해있다.
습지생태계는 육상생태계와 수생생태계가 서로 유기성을 형성하고 먹이사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생물종서식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서 생물종 다양성을 담보해주는 생명의 근원인 곳이다. 특히 대전과 같은 도심권의 습지는 도심 내의 녹지와 녹지, 녹지와 하천 사이에 존재하면서 녹지를 하나의 축으로 형성해주는 허리와 같은 곳이다.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습지는 법동소류지, 유등천 안영동구간, 갑천 도안동구간, 대전천의 삼괴동구간 등을 손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외에도 우리지역에는 3대하천, 대청호, 금강 등이 있어 크고 작은 습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소중한 생명터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여름, 우포늪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늪 근처의 대단한 습기가 온 몸을 감쌌다. 아침 무렵이었음에도 늪에서 뿜는 습한 기운은 대단했다. 사람에게는 불쾌할 수 있지만 누구도 지배하거나 파괴할 수 없는 생명의 기운이다. 자기의 기준으로 생각하기에 익숙한 사람은, 생명의 입장에서 그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게 된다. 그저 고여 있는 작은 물웅덩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습지는 분명히 작은 물웅덩이가 아니다. 그 속, 가득 머금고 있는 생명의 기운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생명의 터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