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프데이 특집
멈춰라, 골프장 건설!
시민참여국 박은영 간사
골프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미국 LPGA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준 박세리 선수의 영향 때문이었다. 필드를 넘나들며 멋진 ‘샷’을 보여준, 검은 피부의 박세리 선수는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와 더불어 골프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어났다. 이제 골프는 ‘있는 자’들의 스포츠가 아니며 일반 대중들도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이었다. 신문의 스포츠면에도 골프소식은 전보다 꽤 크게 실리는 편이다. 웹검색페이지에서 ‘골프장’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참 많은 골프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각 지역에 위치한 골프장과 골프 치는 법에 대한 자료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는 골프 부킹까지 있다.
이렇게 골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골프장 건설은 지역에서 계속 문제가 되어왔다. 지역경제를 회생을 이야기 할 때마다 제시되는 골프장 카드를 두고 지자체와 골프장 사업자,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 간에 많은 충돌이 있어왔다.
골프장 건설의 속내
지역발전을 위해서 지자체에서 내미는 히든카드는 대부분 ‘시민들의 레저, 스포츠 시설로서의 골프장 건설’이다. 재정경제부의 추산에 따르면, 18홀짜리 골프장 한 개를 지으면 건설할 때 평균 348명, 짓고 나서 운영할 때 33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경북도를 기준으로 18홀짜리 골프장 건설비는 540억원이 들고, 그만큼 지역경제에 활력이 돌게 된다고 한다. 또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연간 37억여원의 세수를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지자체가 골프장 건설 경쟁에 나선 이유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에서 골프장이 가장 많은 도시는 용인시로, 무려 30여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러나 발전은 커녕, 난개발로 인한 재해피해와 교통체증의 이야기만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는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골프장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18홀 35만평 규모의 골프장이 1년에 납부하는 지방세는 고작 7억원이다. 35만평의 땅이 1년동안 생산해 내는 가치는 7억이 훨씬 넘는다. 지방세 수입은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차차 줄어들게 되어 있다. 특소세 인하 품목에 골프장이 포함되게 되고, 이로 인해 세금 수입은 차차 줄어들게 되어 여타의 다른 체육시설처럼 세금면제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은 골프장 주변지역에 발생하는 민원을 처리하기 위한 지방재정을 더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발전해 지역경제의 활력이 돌게 된다는 것도 의문이다. 대부분의 골프장 부대시설에는 면적 규제가 완화되어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을 골프장 내에 갖출 수 있다. 골프장 갈 때, 걸어가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이 차를 타고 지나가기 때문에 상권이 발전할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골프장 주변지역의 땅값은 헐값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의 문제도 그렇다. 골프장에 필요한 노동자는 농약관리, 클럽하우스 관리에 필요한 인력, 조경에 필요한 인력, 캐디가 대부분이기에 전문직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변지역 주민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가 거의 없다. 게다가 골프장 인구는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전문인력이기에 지역인구는 증가하지도 않는다.
결국 골프장 건설은 지역을 토대로 한 건설업체들의 배불리기와 골프장 사업자의 이권챙기기, 더 나아가 골프장 건설을 하도록 도와주는 정치권과 허가권자의 이득 챙기기 밖에 되지 않는다. 골프장 사업자들은 골프는 대중스포츠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골프장이 회원제이고 가격을 볼 때, 모든 사람이 편하게 즐길만한 스포츠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골프장, 결코 친환경적일 수 없다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지형조건은 ‘드넓은 초지’이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본 골프장의 모습은 파란 잔디가 새록새록 솟아오른 드넓은 초지였다. 이러한 조건은 우리나라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80%가 산지이기 때문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 산을 깎는 것은 필수적이다. 즉, 산림파괴는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산을 깎을 때, 그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뿌리까지 뽑혀서 없어진다. 그래야만 잔디를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생의 기반을 제거하면서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고, 수림 제거에 의한 장기적인 영향으로 영양분의 손실, 생물다양성의 저하, 야생생물 서식지의 변환 등이 일어난다. 게다가 물을 잡아두는 능력이 감소되어 여름집중호우 시에는 대형산사태 및 홍수로 인명, 가옥피해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지형변동으로 인하여 지하수위가 변하고, 물이 마르기도 한다.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골프장 아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 외에 더 큰 문제는 농약이다. 현재 골프장의 잔디와 조경을 위해 1ha에 일년동안 살포하는 농약의 양은 47㎏에 달하는데 이는 현재 농사에 사용되는 농약의 6-8배 분량이고 산림에 뿌려지는 것의 20.5배로 조사되어 있다. 골프장 잔디는 외국잔디로 한국의 기상, 기후에 맞지 않아 병충해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평균기온 26℃를 견뎌내지 못할 뿐 아니라 장마라는 기상조건에서는 병해충에 노출될 수 밖에 없어 늘 제초제와 살충제가 뿌려진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농약이 있지만, 늘 뿌려지는 농약에도 내성이 생기면 더 독한 농약을 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골프장에 쓰여지는 농약은 환경부가 지정 고시하고 있는 것이 있지만 매년 사용금지된 농약을 살포한 골프장이 상당수 적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골프장 잔류농약검사를 하기 위해 사전에 기일을 통지하기 때문에 골프장 사업자가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골프장 건설
골프장 문제는 지역공동체의 파괴라는 측면에서 더욱 위험하다. 골프장 건설계획이 수립되면 일단 마을 공동체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골프장 건설을 찬성과 반대, 두 파로 갈리게 된다. 찬성하는 쪽은 주로 이장을 비롯한 행정과 관계된 사람들과 투기용 토지를 매입한 사람, 토지만을 소유한 채 도시에 거주하는 땅주인 등이다. 반대하는 쪽은 토박이로 농사짓던 사람이나 예정지역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골프장 사업자와 공무원들은 우선 주민대표를 회유한 뒤, 반대 입장의 핵심세력을 회유하거나 고립시키도록 조장한다.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반대 세력을 무력화 시키려고 하고, 주민사이의 불화를 발생시킨다. 여기에 개인보상문제로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 주민들 사이의 불화는 더 심해진다.
이런 지역공동체의 와해를 막기 위해 주민투표제가 도입되고, 실시되고 있지만 지역의 이익이 엇갈린 부분에서는 주민투표제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방폐장 부지선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본인도 모르게 부재자로 등록이 되어 있다던가, 이익에 관계된 사람들이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으로 주민들의 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동등하고 정당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적인 주민투표제로, 그 지역의 일을 지역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구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골프장 건설도 지역주민들이 결정하도록 해야하며, 동등한 조건에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공동체의 와해가 아닌 민주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충남 천안시 곳곳에서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건설계획은 천안 뿐 아니라 충청권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수도권 골프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천안은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고, 행정복합도시를 비롯한 개발 여건이나 시장성도 좋을 뿐 아니라 교통수단도 수도권에 접근하기 용이해 골프장 부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건설이 지역사회를 무참하게 파헤친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건설계획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역을 위해 골프장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골프장은 오히려 지역을 파괴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감당하게 되고, 이득은 골프장 사업자와 골프장을 이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골프장 건설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골프장을 위해 자연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골프장을 위해서는 무엇도 희생될 수 있다는 논리도 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골프장 건설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수가 아닌 소수를 위한 골프장 건설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골프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더 이상 지역과 지역의 생태환경이 제물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