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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간

by bravoey 2006. 9. 10.
김기덕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람의 영화가 대단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잊혀지지 않을 영화를 만드는 것은 대단한 거다.

애인과 2년이나 만나서 몸도, 얼굴도 지겨워진거라고
성형수술을 하고 나타난 여자와 그 남자.
시간앞에서 남자는 아직도 그 여자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었다.
새롭게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지만,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
그 여자가 사라진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남자는 괴로워하며 자신도 성형수술을 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그 여자 앞에 나타나기 위해서.
하지만 두 사람 모두가 찾는 것은 예전의 자신들의 모습이었고, 자신들의 사랑이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뒤에서 도사리고 있는 시간의 냄새를 났다.
시간은 뒤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비웃듯,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어리석다.
영원이라는 말에 쉽게 넘어가는 인간의 존재도 그렇고
영원이 없다며 안타까워 하는 인간의 존재도 그렇다.
시간이 가면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끝까지 어리석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허망하고 쓸쓸하지만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