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간사님이 이 책을 보는 순간 박은영이가 떠올랐다면서 건네준 책.
뜬금없는 책 선물에 감격, 책제목에 더 감격.
남몰래 고민하던 부분을 긁어주는 좋은 책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친절한 어느 목사님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듯했다.
1. 사회적 문제를 염두에 두고 다가서야 할 일
어느 도시 빈민 선교사의 사랑행전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국의 도시빈민가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사역한 마크 밴 하우튼이라는 빈민선교사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한 간증집은 아니다. 아주 실제적으로 빈민선교사의 사역방법에 대해 기술한 책이기도 하다.
책을 펴면서 본 서론에서 나는 내가 늘 느끼던 먹먹한 의문점을 하나 발견했다.
"나는 처음에 전도에 초점을 맞추고 사역을 했다. 하지만 한 소녀가 구원받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다음 주에 와서 또 성경 공부를 합시다. 그럼 한 주 동안 성매매 잘 하세요'라고 말하고 헤어질 것인가? 갑자기 나는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2p, 추천사)
이는 일반전도를 할 때도 느낀 점이다. 나는 전했으니, 알아서 잘 지내세요, 라고 말하며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막막하고 어색했던 대학시절의 느낌이었다. 내가 유천동으로 아웃리치를 나가면서도 느끼는 먹먹함은 이것이었다. 언니들이 스스로 나온다고 할 때까지 성매매를 해야 하는 현실 속에 두고, 한 달에 한 번 그녀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활동들이 참 막막했다. 책에 나오는대로, 그렇다. 그녀들이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그녀들이 돌아오는 일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내가 간다는 나태한 활동으로 끝나버릴 것이다.
2. 우리는 분리되지 않았다
"우리가 좋거나 나쁜 것,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범주는 나누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범주가 우리를 행동하게 하기보다는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는 어둡고 부정적이거나 나쁜 제안, 상태, 사건과 우리 자신을 분리시킨다."(128p)
'성매매 여성은 나쁘다. 그것이 내가 알 필요가 있는 전부이다. 이제 나는 떨어져 있을 것이다.'
나는 옳다. 그것이 내가 알아야 할 전부이고 중요한 것 전부이다. (128p)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 남자든 여자든 그녀들의 삶과 자신의 삶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여기가 아닌 거기 있었다면, 나는 거기 있는 여성들처럼 취급되었을 것이다.
다르지 않다. 단지 지금의 위치만 다를 뿐, 사회적으로 여성들은 그녀들과 같은 위치에 언제라도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분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그녀들 앞에 서야 하는가는 늘 분명해진다.
하지만 늘 그 분명한 마음과 자세를 유지하지는 못한다. 반응하던 삶에서 행동하는 삶으로 돌아서야지 결심했으면서도, 늘 속에서 내가 옳다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때로는 이런 일을 하는 나를 높이 평가하고, 과신하여 남의 삶을 깔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속에서 들끓는 어리석음이 부끄러워 차라리 그런 채로 사는 것이 더 솔직하고 진실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만 생각하며 살지 않겠다고한 내 신앙의 고백이 더 할 수 없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3.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녀들에 대한 애틋한 무엇인가는 솔직히 많이 없다. 퍼부을 만한 사랑도 아직 형성되지 못했다. 아직도 내 일이 바쁘고, 내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서 아웃리치를 빼먹기도 한다. 상처받을까 두려운 마음과 내 모습이 가식적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뒤범벅이 되어 나가기도 한다. 한번도 아웃리치가 쉬웠던 적이 없었다.
그렇게 어설프고 뒤죽박죽인 아웃리치에서도 나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작년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얻어마셨다. 추운데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쓴 소설을 기다린다는 언니들의 말도 직접 들어보았다. 저번주에는 업주싸움에 휘말리기도 했다. 먹을 것이 최고라는 말, 숨은그림찾기 꼭 실어달라는 말도. 그 속에는 하나같이 일방적이지 않은, 교류되는 마음의 흐름이 있다. 그것이 참 감격스러웠다. 소통하고 있구나, 마음을 나누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어리석고 모자란 나를 이끌고 그 곳에 가게 되는 것 같다. 엄청나게 못해서 오히려 함께 가는 간사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매번이지만, 그 감격을 맛보았기때문에 가게 되는 것같다.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과정은 정말 보람찬 일이다.
책을 읽고 더한 마음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아웃리치에 임해야 하는지 늘 깨어서 알라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유천동과 유성을 밟고 있는지 알고, 부족한 마음을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구하기를 힘쓰라는 것이었다.
확신없는 마음과 두려움, 기도하지 않고 그 곳에 가는 게으름이 결국 간절하지 않은 마음을 만들어내고 무감각한 심장으로 그 곳을 향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두렵고 하기 싫게 만드는 것이 바로 내가 기도하지 않고 나가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3. 사족
미국이야기라 그런가, 한국의 현실과는 많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일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또 현실이라, 저자는 너무 사람을 선하게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악한 상황에서 인간은 극악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례도 약간 단일한 감도 있다. 뭐, 나의 사족이다.^^
그래도
내 삶을 새롭게 돌아보도록 해 준 책이다.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김간사님, 싸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