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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

공인 '연예인'이라면

by bravoey 2007. 8. 6.
정치적 발언이나 입장은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명하면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개인에 대한 지지 선언에 앞서 적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참여가 있어야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줄서기'라면서 뭔가 다른 잇속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등의 비판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정치참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선거때만 반짝 나타날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인기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평소 자신의 입장에 따라 사회적 발언을 지속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화예술인의 '공인으로서의 책임'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영화배우 숀 펜의 발언과 행보는 국내 연예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스타라면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면서,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팀 로빈슨(<쇼생크 탈출>의 주인공)과 그의 부인 수잔 서랜든 등과 함께 반전운동에 앞장섰으며 이를 계기로 이라크를 두 차례나 방문했다.
 
  국내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3월에는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 파병에 대해 50여 명의 가수들이 '전쟁 반대와 파병 철회 촉구를 위한 대중음악인 연대 모임'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등 실천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모 가수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전쟁 반대와 평화를 주장했으면서도, 죽어가는 새만금에서 열리는 '락페스티벌'에 당당하게 주도적으로 참가하는 이율배반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옹호하는 것은 죽임이 아닌 '살림의 문화'를 지지하는 것이리라. 우리 사회에서 죽어가고 있는 새만금 갯벌만한 게 또 있을까. 그렇게 본다면 과거 전쟁 반대 주장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프레시안,
권경우/문화평론가·문화사회연구소 연구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