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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

재 속에서 - 빵장수 야곱 중

by bravoey 2006. 4. 7.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는 아침기도를 올리면서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을 쏟으며 자신을 편안케 했다.
야곱은 아직 동터오기 전에 빵집에 도착해서 오븐 벽에 뺨을 대고 그것이 천천히 덥혀지는 걸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빵집으로 가는 도중에, 야곱은 골드 씨의 집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그가 깨어있기를 바라면서.
야곱은 아직 보름달이 훤하게 비춰주고 있는 골드 씨의 지 창문 셔터를 살짝 두드렸다.
골드씨는 그 소리를 듣자, 젊은 시절, 새벽기도에 사람들을 모으려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던 노인이 생각났다.
"네 곧 갑니다. 곧 가요"
그는 새벽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야곱은 골드씨가 그렇게 뛰어나온 것이 옛 노인을 생각해서였다는 것을 알고는 감동을 받았다.
골드씨는 야곱을 보자 반겨 맞아들이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잠시 후 골드씨는 고개를 떨구었다.
"자네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야곱?"
그는 야곱에게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는 늙은이일세. 나는 죽어가고 있다구"
골드씨는 슬픔에 깊이 파묻힌 듯이 보였다.
"말 좀 해주게나, 야곱. 이것이 전부란 말인가?"
그는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우리는 삶에 애착을 갖지만 언젠가는 거기서 떨려져 나가게 되잖나. 가혹한 운명의 장난처럼 말일세"
"우리 스스로가 인생을 가혹하게도 하고 춥게도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무지로 짠 빈곤함으로 옷을 해 입고는 말예요"
야곱이 말했다.
그러나 골드씨는 아직도 슬픔에 잠겨서 말했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네. 인생이란 아무것도 아니야!"
야곱은 아무 대꾸 없이 귀를 기울이며 그의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생각했다.

한참만에 야곱은 '지혜로운 야곱'으로서가 아닌, 그에게 연민을 갖는 야곱으로서 말을 시작했다.

"골드 씨, 모든 것은 흘러갑니다. 멈추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곤충표본 같은 채집물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의 과정인 것입니다.
계절이 가르쳐 주는 진리는 그것이 변화한다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살고, 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입니다. 죽은 자는 땅속에 묻히지만, 그들의 추억은 묻히지 않습니다."

골드씨는 야곱의 말을 되새기며 말했다.
"다시 느끼네만, 야곱, 자네는 현명한 사람이야.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늙었어"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시간의 본성이 추억과 약속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자네는 나를 기억해 주겠나, 야곱?"
"약속드릴께요. 그리고 언젠가는 저도 당신과 함께 있게 될 겁니다. 골드씨"
골드씨의 웃음이 트럼펫 소리처럼 울리면서 방안 구석구석을 밝게 해 주었다.
다시 침묵이 왔을 때, 두 사람은 거기 앉아서 그 고요함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한참만에 먼저 입을 연 쪽은 골드씨였다.

"야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은 어디서 찾는가?"
"삶이란 우리가 때때로 그것을 짊어지고 가려하기 때문에 무게를 느끼게 되는 겁니다.
저는 재 속에서 힘을 찾아냅니다."
야곱이 대답했다.

"재 속에서?"
골드 씨가 다시 물었다.

"네"
뭔가 확신에 차서 야곱이 대답했다.

"골드 씨, 아시다시피, 우리 모두는 각각 혼자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큰 무지의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나그네 입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중에 잠시 멈춰서서 불을 지펴 빛과 온기를
얻고 음식을 만들곤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불에 타고 있는 석탄을 발견하기 위해서
땅을 파보면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재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발견된 재는 우리에게 빛도 온기도 아닌 슬픔
만을 주지만, 그러나 교훈을 남긴답니다.
그 어둠속에서 누군가 다른 이가 있었다는 것,
그가 멈추어서 불을 지피고 다시 지피고
다시 계속 자기의 길을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지요.
그래서 때로는 그것으로 넉넉한 것입니다."


내리쬐는 햇빛이 어느 날에는 지겹다가도 어느 날에는 너무 고마운 것은
햇빛의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
변화는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 어떤 사람의 말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