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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

나도 그 때 바그다드에 있었다

by bravoey 2007. 11. 7.

워싱턴과
바티칸
두사람이 죽어
하늘로 올라갔다

가서 눈을 떠보니
허허 벌판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저만치서
사내 하나가
애꾸눈에 한쪽 다리가 없이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 여보시오
여기 천국이 어디있소?
바티칸이 물었다

- 우리는 지상에서 온
가장 높은 사람들이요
워싱톤이 따라 말했다

사내는 지긋이 보다가
두 사람을 안내했다

한참을 가더니
으리으리한 대문 앞에 멈추었다
- 들어가시오

대문엔 이렇게
씌어있었다
<대지옥문>

두 사람이 파랗게 질려
돌아보니
사내는 슬픈 듯이
마주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사내가 홀연히 사라지며
한마디 남겼다

- 나도 그 때
바그다드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