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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

뒤를 돌아보라

by bravoey 2007. 11. 21.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어느날 안토니오 할아버지와 사슴을 쫓다가 밀림에서 길을 잃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부사령관은 나침반을 꺼냈고 고도를 쟀고 공기압력을 측정하는 등, 문명권에서 배운 지상항해술을 구사했다. 인디오인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뻐끔뻐끔 담배만 피워댔다. 부사령관은 끝내 길을 찾아내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에는 뒤쪽을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다."

할아버지도 길을 찾지는 못했다. 결국 둘은 함께 길을 찾아낸다. 길을 찾은 뒤, 아무것도 없는 뒤를 왜 돌아보라고 했는가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답했다.

"그것은 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네. 그것은 전에 자네가 어디에 있었는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라네." 라고.

- 달려라, 냇물아 (최성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