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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

쓸쓸한 날에

by bravoey 2007. 11. 25.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들려주어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 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打電)할지 모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