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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아름다운 지구인

[최은아의 인권이야기] 금관의 예수

by bravoey 2007. 12. 8.

 

지난 12월 2일은 천주교 교회력으로 한 해의 시작인 대림 제1주간이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회심하는 뜻 깊은 기간이다. 교회의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한국 천주교회는 각 교구별로 교구장들의 사목교서가 발표되었을 것이다. 서울교구 역시 정진석 교구장의 사목교서와 ‘2008년 교구 기본방침’이 이날 주보에 실려 있었다.

기본방침을 읽다보니, <사회사목> 항목에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이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사회 안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와 임대아파트 및 비닐하우스, 쪽방의 도시빈민들, 구치소와 교도소의 수감자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통해 교구의 사회사목과 연대”해 달라는 요청이다. 문득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인 뉴코아노조 위원장 박양수 씨와 순천지부장 윤성술 씨가 떠올랐다. 이들은 열흘 넘게 바람과 눈, 비를 견디며 침낭 하나로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해왔다. 다행히 성당 측은 13일째 되는 날 천막을 허용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보름 가까이 명동성당 사목위원들과 입씨름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희 문제는 너희 문제다. 매장으로 가라. 아무 상관없는 성당에 와서 왜 이러냐. 너희가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교회를 마지막 안식처로 믿고 찾아온 사람의 천막을 부수고 경찰까지 대동해 멱살잡이를 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이 앞선다.

사진설명11월 21일 명동성당의 시설보호 요청으로 경찰들이 들머리를 막아섰다.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텔레비전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공익광고를 하나 하고 있다.
우울하고 지쳐보이는 한 남자가 단체줄넘기를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고 있다.
그들에게 합류하기까지 흐르는 멘트의 가장 처음은 '능력'이라는 말이었다. 그 다음이 '조건' 그 다음도 뭐가 있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정규직의 대열로 합류한 비정규직 남자가 행복한 웃음을 띄며 정규직들과 함께 줄넘기를 하면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