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은 살이 빠졌다는 목표를 두고 보면 무척 결과중심적이다. 살이 빠지면 잘된거고, 안 빠지면 안된거다. 무조건 살만 빠지면 어쨌든 목표에 합당한 결과를 낸 것 아닌가.
요즘 느끼는 생각인데, 체중감량의 목표는 체중감량이 되어서는 안된다. 체중은 한꺼번에 확 빠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빠졌다고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요요현상이라고 불리우는 얼큰한 뒷풀이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한꺼번에 확 뺀 경우, 대부분이 이제 되었다고 조금씩 예전 식사량으로 돌아가고 그래서 또 찌고 스트레스 받고, 다시 빼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그 악순환이 결국은 자기패배감에 빠지게 한다.
체중감량의 목표는 내 몸이 살이 찌지 않는 구조로 변화되도록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살 빼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런데 이 구조를 일단 만들어 놓으면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내 몸이 살 찌는 음식을 원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아무리 순간순간 살을 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 같은 경우 고기와 밀가루를 너무 좋아했고, 음식은 늘 기름에 튀기거나 볶아 먹었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살찌는 구조였다. 올해 들어서는 고기 먹는 양이 예전의 95%로 줄었지만 반면에 밀가루음식(빵과 국수 등)에 대한 식욕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든다. 야, 고기도 안 먹는데 밀가루는 좀 먹어줘야 내 인생도 즐겁지 않겠냐? 몸이 참 간사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먹지 않는 구조인데, 얘는 내 생각과 달리 가고 있는 것이다.
구조변화를 위해서 필요한 건 '의지'밖에 없다. 내가 식욕정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일까 싶어 만만하게 보다가는 그대로 허물어진다. 눈 앞에 먹을 것을 두고 참거나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의지가 필요하다. 살을 빼기 위한 의지가 아닌 내 몸 구조 변화를 위한 의지인 것이다.
뭐, 결론은 그렇다. 본의 아니게 살이 쭉 빠진 것을 자세히 뒤돌아보니 이걸 먹으면 죽도록 고생한다는 처절한 깨달음에 기반한 의지발휘가 아니었다 싶다. 문제는 의지. 밀가루 끊기는 과연 잘 될지, 어제도 냉장고 안에 있는 과자를 노려보다가 잠이 들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