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없이 흔들리는 카메라와 미로같은 골목이 인상적이다. 첫 장면부터 내내 답답하게 이어지는 골목길에서 중간에 등장하는 축제장면은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이 시원하다. 상처를 가진 슌의 애잔한 표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가와세 나오미라는 감독의 작품인데, 영화에 '감성'이 듬뿍 담겨있어서 빠져들기에 딱 좋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머리를 열고 가슴을 열고 영화에 집중만 하면 된다. 그게 참 좋았다. 축제가 끝난 뒤, 축제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삶의 빛이 되자"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어둠과 빛으로 나뉘어 있다면 그래도 우리는 삶의 빛으로 되자고. 마지막에 태어난 아가와 슌의 눈물도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과정이 아닐까. 외로운 이 내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꼬맹이들의 키스신도 참 인상적이었다. 조용하게, 아무런 치장없이 하는 키스, 참 깨끗했다. <너를 보내는 숲>도 왠지 보고 싶네. 그러나 오늘이 가와세 나오미 감독전 마지막 날이었다는!
아래 글은 영화평론가 남모씨가 쓴 글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집 주변을 따라간다. 두 소년, 케이와 슌이 장난을 치다가 집 밖 어딘가로 한참을 뛰어가는 동안, 여전히 카메라는 그들의 뒤를 쫓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케이가 사라진다. 당황한 슌의 얼굴. 그리고 몇년을 건너뛰어 영화는 고등학생이 된 슌과 그의 첫사랑 유, 마을의 바사라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슌의 아버지, 그리고 임신 중인 슌의 어머니(가와세 나오미가 연기했다)의 단조로운 일상으로 들어온다. 케이를 잊지 못하는 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케이의 죽음 소식이 전해지고, 유 또한 자신이 엄마라고 불러왔던 여자가 자신의 친엄마가 아니라는 진실을 듣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충격과 슬픔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대신 이제는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대면해야만 한다고 중얼거리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사라 축제 당일,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힘차게 춤을 추는 이들의 몸짓과 표정을 아주 오랫동안 바라본다. 이 장면은 마치 그동안의 상실감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분출하며 아픔을 씻어내는 어떤 의식처럼 느껴질 뿐만 아니라, 장면 자체만으로도 오묘하게 아름답다. 얼마 뒤 슌의 집에 새 생명이 탄생한다. 가와세 나오미는 실제로 임신을 하기 전, 임신과 출산에 대한 동경어린 마음으로 이 장면을 찍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또 한명의 아이가 세상으로 나올 때, 웅크리고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슌의 얼굴에 조용히 눈물이 흐른다. 가와세 나오미는 거의 언제나 더없이 적절한 캐스팅을 해왔지만, 슌을 연기한 소년의 얼굴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독의 모든 마음을 전달해준다. 영화는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 끝나는 듯하다가, 문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하늘로 올라가 땅 아래, 지붕들을 쳐다본다. 두 소년의 등 뒤를 위태롭게 따라가다가 한 소년을 잃은 상실감으로 가득 찼던 첫 장면과 달리 새 생명의 탄생을 목격하고 다다른 마지막 장면은 한결 넓어졌다. 하늘을 부유하는 카메라가 다시 땅으로 내려올 때, 가와세 나오미의 세계는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