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의 한 쪽에 망명한 티벳사람들이 모여사는 티베탄 꼴로니가 있다. 마지막 날 자유시간에 유적들을 뒤로하고 이 곳을 찾았다. 티벳하면 신비로운 불교의 나라로만 생각했는데,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티베탄 꼴로니는 좁은 골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골목마다 티벳의 독립을 위해 단식하는 승려들의 포스터와 베이징 올림픽을 반대하고 티벳의 독립을 요구하는 포스터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거의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겨, 자꾸 한국말로 길을 물어봤다. 잘생긴 청년들도 얼마나 많은지, 미친년처럼 샐쭉거리고 다녔다. 으하하. 특이했던 점은 그 골목에서 구걸하는 인도거지들? 도대체 왜 여기와서 구걸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구걸하는 인도아이들을 모아서 초콜렛을 나눠주는 티벳아줌마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책방과 비디오 가게가 많았는데 비디오는 거의 한국산(?) 영화 내지는 티벳독립을 다룬 다큐, 달라이 라마 설교방송(?) 이었다.
점심을 안 먹은지라 여행책자에 사진까지 나온 로셀링 하우스라는 곳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숙소인데, 식당도 운영한다며 식당간판 아래 티벳사람 하나가 서있는 사진이 있었다. 티벳음식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메뉴를 내밀었지만 당췌 뭔지 몰라서 대충 아는 걸 시켜놓고는 다른 티벳사람들이 시키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주문받는 소년을 냅다 불러 저거 달라는 식으로 시켰다.^^그래서 시킨 것은 군만두와 야채탕(?), 찐빵! 배가 불러서 간신히 먹었다. 주인이 계산하면서 내 여행책자를 보더니, 책자에 나온 사람이 자기 형이라면서 반가워했다.
노상에서 묵우동(?)을 파는 아주머니들의 표정과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의 모습, 티벳 승려들의 잔잔한 걸음걸이를 보면 남의 나라에 망명하여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평화로웠다. 물론 내 느낌에 불과하지만.
티벳에 관한 몇 가지 글을 더 읽으면서 나는 티벳의 독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 가지 글의 필자(주로 서양의 진보적인 칼럼리스트)는 티벳이 고요한 불교도의 나라가 아니라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막대한 양의 땅을 가진 승려들이 서민들을 농노로 두어 잔인하게 대우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세계로 망명하여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고, 그것으로 호화스런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독립을 요구하여 그들이 예전에 누렸던 그 때로 돌아가려 한다고. 뭐, 이 글은 이런 점을 부각시켜 중국의 티벳지배가 티벳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논조로 흘러버리기 일쑤였다. 몇 가지 글은 티벳에 흘러들어가는 중화주의에 대한 염려와 중국이 티벳의 외교와 군사권을 쥐고 독립을 요구하는 민중을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었다.
아직 궁금한 게 많아 뭐라고 결론내릴 수는 없지만, 티벳사람들이 원하는 독립은 그들 스스로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달라이 라마가 티벳을 독립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미국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티벳민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독립 후 그들의 삶이 이전 농노로서의 삶이나 물질주의에 맛들린 삶이 아니라 그들이 꿈꾸는 샹그리라, 티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에구, 잘 모르면서 이래저래 써 보았다. 인도 여행 중에 또 다른 문화를 생각하게 되어 좋았다. 티벳에 대해서도 열공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