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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계태엽오렌지

by bravoey 2008. 12. 3.
처음 시계태엽오렌지를 받았을 때, 표지가 너무 맘에 안들었다. 무서운 그림, 너무 싫었다. 거미여인의 키스 표지그림도 이에 못지 않았는데. 각설하고, 표지야 어쨌든 근래들어 재미나게 읽은 소설 중 하나다.
알렉스라는 아이가 폭력의 청소년기를 지나 사회가 원하는 궤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다. 처음에 묘사되는 폭력적인 장면은 읽으면서도 무서웠지만, 더 무서운 것은 알렉스가 교도소에서 폭력을 제어하는 치료(요법)을 받은 후였다. 자기 의지를 제어하도록 만드는 그 요법은, 알렉스가 폭력적인 인간이니까 바람직한 요법이라는 묘한 설득력을 갖지만, 사실 인간의지를 타인이 제어한다는 사실 자체로 본다면 무시무시한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알렉스의 폭력이 옳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알렉스의 폭력을 하나의 자유의지로 보고, 그의 폭력이 제어받고 이용당하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알렉스가 결혼한 동료를 보고 나도 짝을 찾아나서야 겠다, 내 청춘은 지났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고는 더 섬뜩했다. 알렉스의 치료, 그 끝은 바로 그것이었던 것 같다. 남들과 같은 궤도에 오르도록 하는 것. 자기 의지일랑은 버리고 결혼하고 애낳고 잘먹고 잘사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설득당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결혼하고 애낳고 잘먹고 잘사는 것이 불행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남들과 똑같이 떠밀려 가듯 그렇게 가는 것이 맞냐는 질문조차 없이 그렇게 살기로 생각해버리는 것이 무섭다는 말이다.
책을 덮고, 나는 '깨어있으라'는 성경구절이 떠올랐다. 정말이지, 이 말은 망치같이 내 삶을 꽝꽝 두드린다.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흐르는 것이 사람이 사는 모습이니까, 깨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