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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직접행동

by bravoey 2008. 12. 3.

올해 초 시작된 촛불광장을 겪고 나서 활동가들끼리 학습한 책이다. 학습에 관한 우여곡절이 많긴 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읽었기에 보람은 있었다. 책 내용이 그리 재미있지 않아서 고생을 하긴 했지만 2008년에 우리가 보고 겪었던 일들을 상징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단어 '직접행동'에 대해 알게 해 준, 두꺼운 책이었다.
촛불광장에서 우리가 싸운 적은 이명박은 아닐 것이다.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즉 자본주의 일 것 이다. 이 싸움은 이제 광장에서 물러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일상에서 우리는, 아니 나는 얼마나 자본주의라는 거인에 대항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말했던 '우리 안의 이명박'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촛불광장에서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의문,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받아들이고, 민영화가 되고, 운하까지 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나는 아직도 대답하지 못하겠다.
이 책을 덮고 또 느낀 점은, 촛불의 광장 이후 우리 운동은 어떻게 돌아가야 할 것인지, 그 곳에서 나는 정말 행복했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행복했다고 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순간마다 그런 느낌의 강도가 틀리긴 했지만, 두려웠다고 하는 것이 맞다. 촛불이 켜질 때마다, 꺼질 때마다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이 시대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막연한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다.
자, 이제 미국산 쇠고기는 대형마트에서 버젓히 팔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정비사업을 소신있게 추진하여 운하를 결국 파고 말겠다고 한다.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 촛불을 꺼져 있었나?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걸까?